▲ ⓒ손민경

 

그렇게 안갈 것 같던 우리의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새 11월 15일, 바로 수능 하루 전날이 되었다.

“집중해봐 얘들아, 오늘 나눠준 수험표 꼭 챙겨서 배정 된 학교에 일찍 도착해야 된다. 정문 앞에 선생님 서있을 거야. 그리고 또 …”

 

반 아이들은 학교에 오자마자 담임선생님께서 나눠주신 각자의 수험표를 받고 배정 된 학교를 확인한다고 바쁘다. 담임선생님께서도 우리가 걱정되셨는지 내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하시고 또 설명하셨다.

“뭐야 나영이 너는 세화 고등학교 됐어? 가까워서 좋겠다. 난 너무 멀어...”

세경이는 예체능이라서 국어와 영어, 사회탐구 과목만을 신청해 배정된 학교가 우리와 달랐고, 심지어 멀었다.

“헐 진짜 멀어... 수능 끝나고 바로 연락해!”

반 아이들은 아직 실감도 나지 않는데 내일이 진짜 수능날이 맞냐면서 서로 걱정과 두려움 속에 수다를 떨다 담임선생님의 간단한 종례 후 모두 집으로 향했다. 내일이 딸 수능이라고 엄마가 회사에서 일찍 돌아와 있었다.

“친척들께서 너 수능 잘 보라고 찹쌀떡이랑 엿이랑 보내셨더라 어서 하나 먹어봐”

엄마가 찹쌀떡 하나를 나에게 쥐어주면서 말씀하셨다. 식탁에는 ‘수능 대박’이라고 적혀있는 여러 박스들과 ‘나영아 수능 대박나!’, ‘전날 컨디션 조절 잘 하고, 수능 잘 치고 와’같은 쪽지들이 함께 놓아져 있었다. 박스 위에 적힌 ‘수능 대박’이라는 글자와 수능 잘 치고 오라는 메모들이 나에게 수능을 못 치면 안 된다는 부담으로 다가왔다. 목구멍으로 안넘어갈 것 같은 떡을 하나 입에 물고서 방으로 들어와 책상에 앉아 문제집들을 꺼냈다. 백년은 된 것 같은 너덜너덜한 문제집 위에 빨간색으로 체크가 되어 있는 문제들을 다시 풀어본다.

‘삐빅삐빅‘

고작 몇 문제 끄적였을 뿐인데 어느새 시계바늘은 숫자 7을 지나가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이렇게나 되었나 싶었을 때 방문 넘어 밥을 먹으라는 엄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식탁에는 내가 좋아하는 계란찜과 부침개가 올려져있었다. 하지만 먹는둥 마는둥 식사를 끝내고 다시 방으로 들어가니 책상 위에 휴대폰에서 진동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 울리는 카톡 마다 수능 잘 치자는 말들로 가득했다. 친구들과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카톡들을 주고받다보니 어느새 내일도 1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가방에 수험표와 필기구들 넣고 대충 정리한 뒤 침대에 몸을 뉘었다. 내일이면 이 긴 터널이 끝난다는 즐거움과 내일의 결과에 대한 부담감 속에서 수없이 몸을 뒤척이며 나도 모르는 사이 잠이 들었다.

‘띠링’'
 

'우리 딸 내일 드디어 수능이네. 도시락은 식탁 위에 있으니깐 까먹지말고 잘 챙겨가. 우리 딸 이때까지 노력해왔던거 엄마랑 아빠는 다 아니깐 내일 부담 가지지 말고 걱정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서 치고 오렴 사랑해.’

우리는 약 12년 동안 대학입시, 수능이라는 목표를 두고 각자 다른 길로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내일의 수능이 우리의 목표의 마지막이 아니라 앞으로의 새로운 시작일 것이고, 수많은 날 중 한날일 뿐일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각자 최선을 다했을 다했고, 시험의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자책하지 않고 웃으면서 만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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