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적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사람들이다. 나와 사상이나 가치관이 다르다는 이유로 적이 될 수도 있고, 쉽게는 수학을 싫어해 적으로 둔 내게는 수학과 간단한 산수도 적이 되어버린 셈이다.

 

미디어의 종류가 많아지면서 우리는 여러 정보를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혹시 그런 생각은 해보지 않았는가? 내가 지금 받아들이고 있는 정보가 혹시나 그릇된 정보라든지, 아니면 일부만 보여줌으로써 내가 여태 생각했던 정보들이 죄다 부정된 건 아닌지.

 

ⓒ똘이장군

 

필자가 이야기할 주제는 제목과 같이 ‘공공의 적’ 만들기다. 이런 적을 대체 무엇으로 만드느냐? 여기서는 미디어를 중심으로 얘기할 것이다. 가장 쉬운 예로 1978년에 나온 고전 애니메이션인 <똘이장군 : 제 3 땅굴 편>을 들어 설명하도록 하겠다.

 

영화를 보다 보면 무언가 눈에 띄는 것들이 많다. 눈에 보이는 것만 봐도 붉은 공화국이라고 불리는 북한 병사들은 늑대 등 사나운 동물로 묘사되어 있다. 극 중 수령 동지라는 사람은 돼지의 형상을 하고 있고, 비싸고 좋은 것만 먹고 병사들을 닦달하는 캐릭터로 그려져 있다. 말을 듣지 않으면 처단해버리는 성격으로, 잔인하고 인정이란 없다. 그런 붉은 공화국의 사상을 가진 여러 캐릭터에 의해 핍박받는 사람들은 항상 굶어있고, 영상을 보는 우리로 하여금 측은지심이 들 게 해 무언가 응원하게 한다. 똘이는 어떨까? 똘이는 불의에 처한 여자주인공을 위해 팔을 걷고 도와줄 만큼 인정 넘치고 용감하다.

 

ⓒ똘이장군

 

ⓒ똘이장군

 

귀에 들리는 것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꺼져’, ‘닥쳐’ 등 거친 말을 쓰고 ‘수령 동지’, ‘붉은 공화국’, ‘반동분자’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북한을 연상시킨다. 붉은 공화국의 수령 동지가 곧 우리의 아버지라고 붉은 사상을 타인들에게 세뇌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 한 시간가량의 영상을 보며 한 가지를 느낄 수 있다. 여기서 등장하는 붉은 공화국의 수령인 돼지를 비롯한 그와 사상을 같이하는 늑대들과 다른 캐릭터들이 우리가 규정한 적이라는 것을. 실제 이런 영상을 보고 큰 우리의 바로 위 세대들은 정말로 북한은 우리의 적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우리는 적의 프레임을 북한에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만큼 미디어는 우리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앞으로 우리는 ‘적’이 누군가에 대해서 생각만 할 게 아니라 그런 ‘적’을 누가 만들고 있는 지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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