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1 시대, 미국의 독주

1945년 8월 15일. 일본은 미국의 전함 미주리호 위에서 항복 문서에 서명하며 무조건 항복을 했다. 이는 새로운 세계 초강대국의 등장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했다. 세계 제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축인 미국은 전후 세계질서에서 전면에 등장하며 국제사회를 재편 하는데 있어 많은 영향력을 행사 했고 자국 위주의 흐름으로 이끌어 가는데 성공했다.
이때 강력한 경쟁자인 소련이 있었고 이들은 40년 넘도록 서로 힘겨루기를 해오며 많은 위기를 넘겨 왔다. 대표적으로 쿠바 미사일 사태가 있다. 그러나 가장 큰 경쟁자였던 소련은 자신들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1990년대 초반 붕괴하게 되며 미국은 다시 한번 더 비상하게 되었다. 진정한 단극체제의 시작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후 미국은 어느 누구의 견제도 받지 않으며 ‘세계의 경찰’을 자청하며 코소보, 중동, 동아시아 등 세계 각지의 분쟁지역에 빠짐없이 관여하며 자신들의 세를 과시했고 세계는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장이 되고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걸프전인데, 과거 이라크의 지도자 후세인은 미국의 도움을 받으며 펼친 이란과의 전쟁이 흐지부지 종료되자 그 전비를 미국에 청구했다. 그에 미국은 그 요청을 거절했고 후세인은 쿠웨이트를 침공하기에 이르렀다. 그러자 미국은 즉각적으로 ‘사막의 폭풍’이라는 작전명으로 이라크를 침공하게 되고 이라크는 순식간에 미국에 의해 점령당하게 되었다. 이 사건에서 볼 수 있듯 단극체제하에서의 미국은 세계 어디든 마음만 먹으면 공격할 수 있었고 이는 자유를 저해하는 집단을 처단한다는 명목 하에 정당화되었다.
그러나 미국이 소련 붕괴 후 유일한 세계 초강대국이라는 것에는 그 누구도 이견을 표출할 수 없을 정도로 정치 경제 문화 국방 모든 분야에서 압도적이었다.
‘떠오르는 용’, 중국의 급부상.

미국이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끌며 국제사회의 리더가 되었다면, ‘떠오르는 용’ 중국은 어떻게 급부상하게 되었을까?
중국은 2차 대전 후 국공 내전과 내전이 끝난 이후에는 문화 대혁명 등 큰 진통을 겪으며 국제사회 무대에 전면으로 등장하지 못하고 내부 문제를 정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또한 경제부분에 있어서도 다른 공산주의 국가 들처럼 그 한계를 체험하고 있었다.
그러나 1978년 덩 샤오핑이 권력을 잡은 후 중국은 적극적인 개혁 개방정책을 선언했고,
광활한 영토, 엄청난 인구를 바탕으로 성장을 시작한 중국은 그 후 30년 동안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며, 현재는 세계 최대의 공산품 생산국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그리고 현재 경제규모 부문에 있어서는 미국에 이어 2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경제 대국이 되었고, 2040년에는 미국을 앞지를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또한, 군사적으로도 핵을 보유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항공모함까지 보유하게 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한 외교적 영향력은 동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로 인해 소련이 붕괴된 후 미국의 패권주의 PAX AMERICANA의 논리대로 흘러가던 국제사회는 새로운 실력자 중국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G2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 이다.
미국과 중국의 판 짜기 - 방공식별구역 그리고, TPP와 RCEP

G2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최근 미국과 중국은 각각 자국 중심의 새 판을 짜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2012년 자국 중심의 경제공동체 RCEP(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체결하며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차지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는 ASEAN+6의 국가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EU(유럽연합)이나 NAFTA(북미 자유무역협정)보다 크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많다.
또한, 군사적으로도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했다. 이를 두고 한국과 일본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방공식별구역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등, 정치·군사적으로 이미 일본과 한국을 ‘한 수 아래’로 보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처럼 중국은 떠오르는 국가가 아니라 이미 국제사회에서 큰 주도권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급 부상 함으로써 미국의 영향력은 없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답은 확실하게 내릴 수 없다. 다만 현재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핵심은 Re-balancing 정책 즉, 재 균형 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이 강대국으로 성장을 하면서 중국과 나머지 미국과의 동맹 국가들 간의 힘의 균형을 맞추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 대표적으로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면 첫 번째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3국의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며 동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확장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이 본토와 멀리 떨어진 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을 이용하여 중국을 견제 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환태평양 경제 공동체라고 하는 TPP라는 것이 있다. TPP의 체결은 중국이 이끌고 있는 RCEP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 중 하나인데, 이 협정이 체결된다면 미국은 세계 GDP의 38.4%에 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블록의 리더가 될 것이며, 가장 큰 자유무역지대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미국은 새로운 실력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전략을 통해 재 균형 정책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실감각이 부족한 한국 정부와 언론
G2 시대는 미래형이 아닌 현재 진행형이다. 그러나 한국의 언론과 사회는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하는 방향 또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경제 규모만 큰 개발도상국이라고 보고 있고, 혹자는‘덩치만 큰 나라’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들은 지극히 현실감각이 부족한 관점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명실상부 세계 최강국중 하나이다. 그러나 한국 사회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이에 대해 모르고 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중국은 이미 한국과 일본을 앞질러 나갔고 국제사회 전면에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국가 중 하나라는 것이다.
한국 언론이 대표적으로 현실감각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경우는 G2 시대에 관련된 보도를 찾아보기가 힘들다는 점과 그러한 기사가 있더라도, 지극히 미국의 관점에 기초한 기사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앞으로 동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은 누가 차지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주도권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에 4번이나 방문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문은 오직 미국의 이익을 위한 움직임이었다.
그럼에도 한국의 주요 언론들은 미국 대통령의 방문 횟수 만을 초점으로 맞추고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는 보도만 할 뿐 양국의 정상들이 만나 회담을 나누고 난 다음에 우리가 실질적으로 얻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한반도 주변 정세를 감안할 때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자주 방문한다는 것은 큰 외교적 자산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방문의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맹목적으로 두 세력 중 한 세력에만 치중 한 채 좇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은?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양극체제하에서 많은 역할을 할 수 있다. 동아시아의 질서에서 한국은 커다란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서 이용만 당할 것이 아니라 두 세력의 균형자가 될 잠재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서 한국은 과거 조선시대에 명·청 교대기에 보였던 친명배금 정책과 같이 실리를 배제하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될 일이다. 철저히 현실적이고 실리적인 외교를 펼치며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역할을 해야 한다.
또한, 언론 역시 현재 보도 경향처럼 미국의 입장, 미국의 관점만 대변할 것이 아니라 반대편의 중국의 입장 중국의 관점 또한 동등하게 중요시하여 그 보도를 보거나 듣는 시민들로 하여금 중립적인 태도를 길러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바 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