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젠다와 윤일병
군대가 많이 좋아졌다. 라는 말이 많이 나오긴 하지만 군대는 군대였다. 여전히 수많은 부조리나 구타, 가혹행위들이 여전히 남아있었고 2014년 4월 한 청년이 선임과 간부의 폭력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지금 글을 쓰는 나 역시도 이 당시에는 군인이었고 처음엔 만두를 먹다가 기도가 폐쇄되어 사망한 병사가 있으니 야간취식을 지양한다는 전달사항이 부대 내에 돌기도 했었다. 그러나 사실은 그게 아니었다. 도를 넘어선 지독한 가혹행위와 무자비한 폭행이 만들어낸 살인사건이었던 것이다. 사건은 각종 뉴스와 SNS 등을 통해 급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처음에 사건을 은폐, 축소하려 했던 국방부와 사건이 발생한 제 28보병사단은 철저한 조사를 받게 된다.

윤 일병은 25분가량 약 64회 가량의 구타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한다. 종아리와 허벅지의 근육이 파열되고 갈비뼈 14대가 손상 거의 모든 장기에는 피가 고여 있었으며 교통사고를 당해도 잘 터지지 않는다는 비장이 터져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그 전의 각종 폭행과 가혹행위(바닥의 음식을 핥아먹게 하거나 치약을 뿌리고 성기에 안티프라민을 바르게 하는 등 )또한 밝혀지게 된다.

사건은 군의 문제를 넘어 일반 대중들에게도 엄청난 이슈가 되었다. 자녀의 군 입대를 앞둔 부모의 불안감이 커지고 아직 입대하지 않은 사람들 또한 반복되는 군대의 문제와 사건사고에 대해 불만을 가지게 됐고 가족이나 친구가 입대한 사람들까지 군대의 부조리에 대해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윤 일병 사건이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알아야할 아젠다 가장 최우선이 돼야 할 의제가 된 것이다. 사건이 커지자 국방부에선 사건의 관계자들을 처벌하고 28보병사단 임병장 소속의 연대장, 대대장, 중대장 등이 보직해임 되고 나머지 군 간부들에게 징계를 내렸으며 추후에 사단장 또한 보직해임 된다. 사건을 저지른 가해자들도 살인과 폭행치사로 징역을 받게 된다.
사건이 일어나고 진실히 밝혀질 때 쯤 나는 군인이었다. 윤 일병 사건이 있기 전엔 내가 근무하던 부대에도 역시 각종 부조리가 많았다. 상급자에 의한 구타나 가혹행위 그리고 짬선이라고 불리는 계급별로 할 수 있는 행동과 없는 행동 등이 사건 이후 진행된 병영선진화 운동에 의해 사라졌다고 말 할 수 있을 정도로 척결되었다. 인권교육이 추가되고 자신의 상황을 상급부대에 보고하면 안 된다는 분위기에서 반드시 문제가 생기면 보고하게 되고 부대에서도 문제를 일으키는 병사들에게 죄를 크게 물어 함부로 예전과 같은 행동을 할 수 없는 분위기가 됐다.
단순히 내가 근무하던 부대만이 아니었다. 내 친구들이 근무하고 있는 모든 부대 육군, 해군, 공군을 통틀어 대대적으로 실시된 병영선진화 운동이었다.
비록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의 대처라는 건 변함이 없다. 사건이 발생하기 전 미리 시작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방송으로 전파된 사건에 국민의 관심과 분노가 몰리면서 부대 내의 부조리가 척결 되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입대했으나 자신의 목숨은 지키지 못하고 숨진 젊은 청년의 가슴 아픈 사연이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윤일병을 만들지 않기 위해 냄비처럼 한 순간 끓어올라 끝나는 것이 아닌 지속적인 보도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