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들의 공론장, 대학사회 제 3의 언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전래동화를 모두들 들어 봤을 것이다.
이 전래동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인 ‘대나무 숲’ 이 최근 페이스북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학들은 대학 차원 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익명 커뮤니티인 ○○대 대나무 숲, ○○대 대신 전해드립니다. 와 같은 페이지를 운영되고 있다.
대나무숲은 '출판사 X'라는 트위터 계정에서 시작했다. 2012년 09월 익명의 한 출판사 직원이 사장의 부정축재를 비롯한 회사의 부조리를 공개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출판업계를 중심으로 소문이 퍼지자 출판사는 직원 색출과 단속에 나섰다. 출판사 X는 '사장이 직원들을 소집했다'는 트윗을 끝으로 사라졌다.
이후 출판사 X를 애도하기 위해 생긴 것이 ‘출판사 옆 대나무 숲’이라는 트위터 계정이었으며, 계정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완전히 공개하여 공동 트위터 형식으로 나타났다. 이 계정은 생긴지 1주일이 되지 않아 3400의 팔로워와 2000개의 익명 게시글이 업로드되었다. 이렇게 인터넷에서 약자들의 속내를 풀 수 있는 대나무 숲이 탄생하게 되었다.
이렇게 탄생한 대나무 숲은 현재 트위터 보다 페이스 북에서 더욱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유행에 민감한 대학생 집단에 처음으로 전이되기 시작했으며 전파 속도는 실로 엄청나다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페이지의 운영 방식은 페이지 운영자들이 사람들의 제보를 그대로 익명 또는 이름을 밝힌 상태로 페이지에 게시하는 방식이며, 이미 대부분의 대학에서 이러한 ‘대나무 숲’이 활성화된 상태이다. 이는 제보하는 이들에게는 부담도 적고, 보다 더 자유로운 의견 표출이 가능하다.
제보의 내용은 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전하는 말이나, 분실물 찾기, 생활정보 교환 등 일상적인 주제부터 학교에 대한 건의사항, 학내 부조리 고발, 학교 주변 사건사고의 제보 등 무겁고 진지한 주제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으며, 공론장이 되어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으며 성숙한 지성인들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순기능이 있으면 역기능도 있는 법. 역기능의 대표적인 사례는 ‘마녀사냥’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제보에도 사람들은 비판이라는 가면을 쓰고 악플을 다는 경우도 있으며, 사실 익명성 역시도 확실하게 보장되고 있는지 알 수 없으며, 제보를 가장한 허위사실 유포 역시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아직 대나무 숲은 과도기 형태의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역기능은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 게시글을 운영진이 적절한 기준에 맞춰 필터링을 하고 여러 명의 페이지 관리자를 둔다면 이러한 문제는 조금이나마 해결될 것이다.
문제점이 있음에도 대나무 숲이 우리 인터넷 문화의 뜻깊은 현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는 한국 사회 특유의 ‘갑-을’관계로 대표되는 상하질서와 경쟁을 강조하는 사회에서 약자들에게 탈출구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현상이 민주주의의 기초적인 모습이고 사회적 변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바람이 녹아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직접 밝혀낸 '사실'을 통해 투명한 사회로 가는 지름길을 닦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글 = 민경석(0803mks@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