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기자 선배들과의 만남에서 배운 태도와 책임감

3년 만의 학과 하이브리드 현장캠프였다. 1학년 때 품었던 기자의 꿈을 다시 꺼내놓는 자리였다. 처음 기자를 꿈꿨을 때의 설렘과 막연함이 동시에 떠올랐다. 대학 안에서 수업을 듣고 취재를 해도, 현역 기자를 직접 만나는 경험은 늘 현실감을 준다. 이번 캠프가 그랬다. 다시 현장을 만나니 내가 왜 이 길을 선택했는지, 앞으로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가 또렷하게 드러났다.

현장에서 만난 선배들은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기자라는 직업을 설명했다. 시사저널 이승원 기자는 취재의 끈기를 강조했다. 빠르게 지나가는 뉴스 속에서도 드러나지 않는 사실을 끝까지 파고드는 힘이 결국 기자의 무기라고 했다. 말은 익숙하게 들리지만, 실제 경험에서 나온 말이라 다르게 다가왔다. 내가 앞으로 써야 할 기사의 기본 태도를 다시 떠올렸다. 사실을 의심하고, 다시 확인하고, 끝까지 파악하려는 자세. 그게 기자의 본능이 돼야 한다는 걸 배웠다.

사진=류성진 교수님 촬영
사진=류성진 교수님 촬영

KBS 송수진 기자와 고운호 기자는 예전에 KPF 대학언론 저널리즘 아카데미에서 우연히 연락처를 주고받았던 분들이었다. 다시 만나니 반가움보다도 책임감이 먼저 들었다. 처음 연락처를 받았을 때는 단순한 행운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뵈니 그때 흘려들었던 조언들이 더 깊이 이해됐다.

어떤 기사든 기사 한 줄이 사람을 움직이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기자는 신중해야 한다.  내가 쓰는 문장이 누군가의 삶과 명예에 닿을 수 있다는 사실이 실감 났다. 기자가 가져야 할 윤리와 균형 감각이 무엇인지 더 선명해졌다.

KBS 송수진 기자는 데이터와 사실 기반 기사 작성에 대한 기사가 많다. 감정적 호소나 극적인 서사를 붙이지 않아도, 정확한 사실과 통계만으로도 독자에게 충분한 울림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나는 평소 기사에서 어떤 문장을 빼고 어떤 문장을 남겨야 할지 고민이 많았는데, 그 기준이 조금은 잡힌 듯했다. 필요한 말만 쓰고,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는 것. 독자의 시간을 아끼는 글쓰기. 이게 박 기자가 살아낸 방식이었다.

채널A 윤승욱 부장 기자는 현장성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줬다. 종합일간지와 방송사에서 일하는 기자들은 속보, 경쟁, 압박 속에서 움직인다. 하지만 공통된 말이 있었다. 결국 기자는 ‘사람을 보는 일’이라는 말이었다. 사건 뒤에 있는 사람, 숫자 뒤에 있는 사람, 제도 속에서 밀려난 사람을 봐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은 오래 남았다. 기자가 뉴스를 생산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회를 관찰하고 질문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배웠다.

사진=류성진 교수님 촬영
사진=류성진 교수님 촬영

이번 캠프에서 느낀 건 단순히 기자의 기술이나 팁이 아니었다. 기자라는 직업이 가진 무게와 책임이었다. 취재원과의 관계, 사실 확인, 기사 작성의 과정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았다. 듣고 보며 배운 만큼, 마음이 자주 무거워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무게가 싫지 않았다. 처음 기자를 꿈꿨을 때 가졌던 막연한 동경 대신, 이제는 구체적인 고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기사를 쓸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가 조금씩 보였다.

3년 만에 다시 만난 선배들은 내가 어떤 기자가 되고 싶은지를 다시 묻게 했다. 빠르게 쓰는 기자가 아니라 정확하게 쓰는 기자. 보이는 것만 받아 적는 기자가 아니라 질문을 통해 본질을 찾는 기자. 누군가의 삶을 함부로 다루지 않는 기자. 그런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졌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큰 배움이었다. 앞으로 이 길을 걸으며 힘든 순간이 오더라도, 이번 경험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것 같다. 기자의 꿈을 실현하려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알게 됐지만, 그만큼 이 길이 가치 있는 일이라는 확신도 함께 얻었다.

이번 현장캠프는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앞으로 기자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준을 다시 세우는 시간이었다. 내가 만난 선배 기자들의 말과 표정, 경험은 오랫동안 내 글쓰기의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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