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두 초강대국의 사이에서 외교적, 경제적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복잡한 현실에 놓여 있다. 이러한 국제 정세 속에서 ‘세계질서의 변화를 읽는 7개의 시선’은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다각도로 분석하며, 우리가 어떤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봐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책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국제사회의 변동을 정치, 경제, 외교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의 관점에서 풀어내며, 한반도와 세계의 미래를 함께 조망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문장은 “변화는 주로 ‘위기’를 배경으로 등장한다.”라는 구절이었다. 이 문장은 단순히 정치적 상황뿐 아니라 개인의 삶에도 통하는 보편적 통찰을 담고 있다. 세계는 코로나19 이후 위기의 시대를 맞이했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질서와 기회가 동시에 태어났다. 변화는 불안과 혼란을 수반하지만, 위기를 통해 스스로의 위치를 점검하고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이 국제사회 속에서 어떤 전략적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은 단순한 경제전쟁을 넘어, 정치·외교적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오랜 기간 자유주의 국제질서를 주도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유엔(UN) 등의 다자체제를 중심으로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그러나 최근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WTO 탈퇴, 관세 부과 등의 조치를 취하면서 그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 반면 중국은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질서를 주도하려 하고 있으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을 통해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러한 양국의 대립은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안보 구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순히 어느 한 편에 서는 전략보다는 ‘균형 외교’가 절실하다. 미국과의 동맹을 유지하면서도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또한 한반도의 평화 정착을 위해 남북 간 대화와 협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 개발로 인한 안보 위협을 줄이기 위해서는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다자 협력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책은 또한 세계화의 약화와 지역 중심의 협력 강화라는 흐름을 강조한다.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간 무역 체제가 약화되고, 대신 자유무역협정(FTA) 등 지역 협정이 강화되고 있다. 이는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코로나19 이후 각국의 국경 봉쇄와 공급망 단절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가속화시켰다. 한국 역시 이에 대응하기 위해 경제 다변화와 기술 혁신을 통한 자립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 신산업 육성과 해외시장 개척, 디지털 전환은 새로운 국제 경제질서 속에서 생존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될 것이다.
또한 ‘베스트팔렌 조약’에서 시작된 근대 국제질서의 뿌리를 되짚으며,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미국을 중심으로 유지되어 왔는지를 책은 자세히 설명한다.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중국이 부상하면서, 세계는 다시 다극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한테 위기이자 기회다. 한반도가 단순히 강대국의 경쟁 무대가 아니라, 동북아 평화의 중심이 되기 위해서는 독자적 외교 노선과 실질적 협력 전략이 필요하다.
결국 『세계질서의 변화를 읽는 7개의 시선』은 단순히 국제정치 분석서가 아니라, “세계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철학적 성찰을 던지는 책이었다. 세계를 한쪽의 시선으로만 바라본다면 우리는 쉽게 편향된 판단에 갇히지만, 다양한 시선을 통해 본다면 위기 속에서도 새로운 질서를 읽을 수 있다. 한국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유연한 사고와 균형 잡힌 외교적 판단이 요구되는 시대에 있다. 국제사회의 변화를 냉철히 분석하고, 협력과 상생을 바탕으로 한 전략을 세워야만 세계 속에서 주체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