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간을 다시 써 내려가다”
하루는 늘 빠르게 흘러간다. 눈을 뜨면 해야 할 일들이 쏟아지고,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새 밤이 찾아온다. 우리는 그렇게 ‘시간이 없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하지만 김신지 작가님의 책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그 익숙한 말 앞에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정말 시간이 없는 걸까, 아니면 시간을 내지 않는 걸까?”
이 책은 작가가 “시간의 주인은 나”라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사실을 잊지 않기 위해 시작한 고민의 기록이다. 작가는 자신이 바쁘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 어떻게 시간을 잃어버렸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되찾게 되었는지를 담담하게 풀어낸다. 그는 시간을 쫓는 대신, 시간을 바라보기로 했다. 자신의 하루를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그 속에 숨어 있던 ‘나의 시간’을 발견해 나간다.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자기 관찰의 태도에 있다. 작가는 스스로를 냉정하게 들여다본다. 무심히 흘러가던 일상 속에서, 자신이 얼마나 ‘남을 위한 시간’ 속에 살고 있었는지를 깨닫는다. 그러다 퇴사라는 결심을 통해 비로소 ‘진짜 나의 시간’을 만나게 된다. 그는 퇴사 후 자신이 진심으로 하고 싶던 일을 하나씩 실천해 나간다. 자유를 얻은 순간부터, 그 시간의 의미는 전혀 달라졌다. 그것은 더 이상 비워진 시간이 아니라, 자신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으며 나는 그의 용기가 부러웠다. 우리는 늘 “시간이 되면 해야지”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작가는 말한다. “시간이 되면”이 아니라, “시간을 내야 한다.” 그 문장은 짧지만 강한 울림으로 남았다. 시간을 ‘기다리는 존재’가 아니라, 시간을 ‘만드는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는 그의 태도는 단순한 조언이 아니라, 삶의 철학처럼 느껴졌다. 나 역시 그의 말처럼 내가 원하는 일을 위해 시간을 ‘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단지 효율적인 시간 관리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시간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말한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다.” 그 문장은 삶을 대하는 시선 자체를 바꿔놓는다. 우리가 시간을 통제하려 할수록, 시간은 도망간다. 하지만 시간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때, 비로소 그것은 나의 것이 된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시간’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새삼 느꼈다. 하루를 버티기 위해 흘려보내던 그 시간들이 사실은 내 삶을 이루는 가장 본질적인 단위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님의 글은 바쁘게 흘러가는 세상 속에서도 잠시 숨을 고를 수 있는 여백을 만들어준다. 그 여백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다시 만난다.
이 책은 결국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다. 세상이 정해놓은 속도에 맞춰 사는 대신, 자신만의 리듬으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작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다.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책은 우리 모두에게 조용하지만 단호하게 말한다.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당신의 의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나는 내 하루를 떠올렸다. 내가 쓴 시간은 과연 나를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그저 흘려보낸 시간일 뿐이었을까? 작가의 글은 그 물음에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에게 한 가지의 다짐을 남긴다. “시간이 되면”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살아가라.” 그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