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작가이자 기획자로서, ‘사라졌거나 기록되지 않았던 삶’을 드러내는 전시들을 직접 기획하며 미술사 및 동시대 사회 구조를 재고하고 있다. 또한 에세이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을 통해 일상 속 불완전함과 타인과의 관계·자기 검열에 대해 쓰며 작가로서의 내면과 경계를 넓혀 왔다. 그의 작업은 ‘완성된 정형’이 아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에서의 질문과 불화, 가능성에 머물며 관람자와 함께 사유의 장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있다.
코미디언이자 작가로 활동 중인 문상훈이 자신 안의 불안, 상처, 그리고 유머를 솔직하게 풀어낸 에세이이다. 그는 늘 “내가 한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진 않을까” 걱정하며 스스로를 검열해 온 시간을 돌아본다. 일상에서 스치듯 지나간 대화와 관계 속 오해, 사랑과 외로움, 그리고 자신을 향한 불안한 시선들을 글로 기록하며, 그 안에서 ‘진짜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문상훈은 웃음을 만드는 사람으로서의 가벼움 뒤에 숨은 진심과 고민을 드러내고, 과거의 결핍과 성장의 순간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끌어안는다. 결국 그는 타인의 시선보다 자신의 말과 마음을 신뢰하기로 결심하며,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한다”라는 다짐을 보여준다.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생각은 자기 인식과 언어,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발생하는 오해의 문제를 섬세하게 탐구하는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서부터 독특함을 준다. 보통 우리는 “남이 내 말을 오해했다"라고 말하지만, 문상훈은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선언한다. 이는 타인과의 소통 이전에 자기 내면과의 소통이 먼저 흔들리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즉, 문상훈은 자신이 한 말조차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적 혼란과 자아의 분열을 마주한다. 이 책에서 언어는 단순한 전달의 수단이 아니라, 존재를 규정하고 때로는 왜곡하는 매개로 등장한다. 문상훈은 자신의 말이 뜻하지 않게 변질되고, 그로 인해 스스로 상처받는 과정을 자각한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그 오해를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기로 결심한다.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라는 다짐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고, 불완전한 언어 속에서도 자신을 인정하려는 의지의 표현한다.
이 책은 현대인의 내면적 불안과 언어적 고립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소통의 실패가 일상화된 시대에, 시인은 완전한 이해 대신 불완전함을 수용하는 태도를 제시한다. 그것은 자기 부정에서 자기 긍정으로 나아가는 과정이며, 언어의 한계를 인정함으로써 오히려 더 진실한 자신에게 다가가려는 시도의 의미를 가진다.
결국 이 책은 “나”라는 존재가 언어와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해석되고 다시 쓰이는 존재임을 깨닫게 합니다. 인간관계가 많은 학생으로서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내 말과 생각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사실에 공감하게 됐다. 문상훈은 그 혼란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를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자기 성찰의 깊이를 일깨우며, 언어 너머의 진정한 소통 가능성을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