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글을 써야 할 많은 상황이 있고, 그에 따른 많은 종류의 글이 있다. 수많은 미디어가 등장하고, 읽어야 하는 글보다는 보기만 해도 수용 가능한 영상이 대세가 되며 글의 비중이 조금 줄어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나는 여전히 모든 미디어의 출발이 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글을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마무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그 둘을 정했다면 처음과 끝을 잇는 중간 과정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것은 단순히 있었던 일을 돌아보는 일기를 쓸 때에도 고민되는 일이다. 어떻게 글을 써야 '잘 쓴 글'이 되는 것일까?
어떻게 좋은 글을 쓰느냐는 질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말한다. "많이 읽어봐. 그리고 많이 써 봐."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오히려 가장 정론에 가까운 방식이다. 글에 익숙해져야 어딘가에서 본 글을 레퍼런스 삼아 나만의 문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이 반복되어 하나의 글이 완성된다. 하지만 이 대답은 어쩌면 이런 말과도 비슷하다. “서울대는 어떻게 가나요?” “아, 간단하죠. 수능 잘 치세요. 아니면 내신을 좋게 하시던지.” 무엇보다 맞는 말이지만, 질문자가 원하는 답은 아닐 것이다. 평소 자기 계발서나, 방법론을 기록한 책은 썩 좋아하지 않지만, 글을 써보기 위한 가이드를 원한다면, 나는 이 책을 추천할 것이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바로 작가가 본인이 글을 쓰며 참고했던 좋은 문장들과 조언이 될만한 것들을 모조리 모아, 이 글이 어디서 나온 말인지, 어느 맥락에서 나왔는지, 그리고 자신이 생각할 때 이 문장은 왜 좋은지를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예시를 하나 보도록 하자. 아래는 책의 가장 첫 번째 챕터인 '단순하게 써라'의 내용 일부이다.
우리는 작가가 되는 일에 터무니없는 환상을 가지고 있다. 말을 하는 건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만, 글을 쓰는 것이 대단한 일인 것처럼 티를 낸다. ... (중략)... 미국 작가 줄리아 카메론의 『나를 치유하는 글쓰기』에 실린 글 중 하나인 「작가의 삶도 평범하다」의 도입 단락이다. ... (중략)... 이렇듯 일상 속에서 문득 떠오르는 '독자가 동의할 만한 간소한 자기 생각'을 쓰는 것이야말로 글쓰기 초심자들이 도입 단락 쓰기에서 가장 먼저 익혀야 할 일이 아닐까 한다.
작가는 이 책을 처음, 중간, 마무리를 쓰는 방법이라는 3개의 장으로 구성하였고, 그 안에서도 처음을 쓸 때는 '단순하게 쓸 것이며, 남의 글을 훔칠 것이며...'같은 제안을 하고 있다. 그 안에서도 '단순하게 썼다고 할 수 있는 예문은 이런 것들이 있는데...'로 시작해서, 이것이 왜 단순하게 쓴 것인지, 왜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는지 독자를 설득한다.
그렇다면 이 책은 소설을 쓰기 위한 예문일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2장의 내용이었던 '분류하라'와 '예를 들어라' 부분에서는 유려한 문장을 만들기 위한 방법보다는 글을 읽기 편하게 만들기 위한 문단 구분의 방법에 대해서도 말하고 있으니, 이 책의 제목에서 말하는 '작가'는 소설 작가에 국한되는 개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글쓰기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것도, 글을 잘 쓰기 위한 가장 당연한 방법인, '많이 쓰고, 많이 읽어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책의 진가는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것보다는, 작가가 엄선한 '좋은 문장'의 예시를 볼 수 있다는 데에 있다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