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우리 가족이 아니야."
나는 평소 행동 하나에 큰 의미를 두는 편은 아니지만, 최근 아버지와 마지막으로 대화한 순간이 언제였는지는 영 떠올리는 것이 어려웠다. 어제였을 수도 있고, 그 이전이었을 수도 있다. 본디, 가장 가깝고 친근해야 할 가족과의 거리가 가깝지 않다고 느껴질 때, 그 관계는 이미 조그마한 균열을 품게 된다. 그 균열을 방치한다면 결국 가족이라 생각만 할 뿐, 실상 서로를 그저 얼굴을 마주할 뿐인 관계가 될지 모른다.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은 이 불안정한 의존 관계의 결말을 비극적으로 예견하는 글이다.
카프카가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아버지 헤르만 카프카는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성향을 지녔으며, 프란츠에게 고함과 폭언을 일삼았다. 이러한 트라우마는 그의 작품 곳곳에 투영되었고, 『변신』에서도 주인공 그레고르의 아버지인 '잠자 씨'는 괴팍하고 냉정한 인물로 그려진다. 흥미로운 점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실질적인 가장은 오히려 그레고르였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일까? 2025년의 나는 오히려 그레고르가 나의 아버지와 닮았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그레고르가 벌레로 변신한 후 경제적 역할을 상실하자, 가족들의 냉대와 침묵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딱정벌레로 변한 것은 판타지적 장치지만, 그가 소외된 것은 이미 그 이전부터였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된다. 결국 그레고르가 가족에게서 밀려난 이유는 딱정벌레라는 혐오스러운 외형 때문이 아니라, ‘가장’이라는 기능을 잃었기 때문일 것이라는 씁쓸한 추측도 함께 따라온다.
이 비극은 오늘날 많은 아버지에게도 적용된다. 직장에서 가족을 부양하고 돌아온 아버지는 가정에서 정서적인 소통 없이 ‘돈을 벌어다 주는 존재’로만 존재하게 된다. 『변신』은 이런 가족 관계가 어떻게 사람을 죽이는지에 대해 보여준다. 그레고르가 겪은 침묵과 냉대는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존재를 지우는 폭력이었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문장은 "아버지, 이게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우리가 이렇게 오래 믿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였다. 이 문장은 앞서 말한 존재를 지우는 폭력이 정점에 달했음을 의미하며, 그레고르와 가족의 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이 났음을 보여준다. 역할을 잃은 채 존재조차 부정당하는 것이다. 이 대사로 인해 그는 가족의 일원조차 아닌 경멸당해 마땅한, 모욕적인 무언가로 못 박힌 것이다.
『변신』은 단순히 기괴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당신은 가족을 가족으로 보고 있느냐고, 그를 가족이 아닌 수단이나 톱니바퀴 정도로 여기지는 않느냐고.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해보자면, 내가 한 일이 그에게는 사과를 던지는 일이 아니었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낀다. 한편으로는 아직은 늦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고, 생각한다. 오늘부터는 대화를 시작하겠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