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팀이 미국 원정에서 값진 성과를 올렸다. 9월 10일(한국 시각)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친선경기에서 한국은 2-2로 극적인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번 경기는 2026 북중미 월드컵 공동 개최국 중 하나인 멕시코(국제축구연맹 FIFA 랭킹 13위)와의 대결로, 평가전이었지만 월드컵을 앞둔 전력 점검과 선수들의 실험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가졌다.

출처: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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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분위기는 팽팽했다. 한국은 3-4-3 전술로 오현규를 최전방에, 배준호와 이강인을 2선에 배치했다. 중원은 카스트 로프와 박용우가 맡았고, 수비진에서는 김민재를 중심으로 김태현, 이한범이 호흡을 맞췄다. 김문환과 이명재는 측면에서 수비와 역습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고,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가 꼈다.

한국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경쾌한 움직임을 보여줬다. 오현규가 전반 초반 두 차례 날카로운 슛으로 멕시코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으며, 전체적인 공격 전술은 패스 횟수가 단 2~3회 정도로 매우 간결했다. 하지만 전반 22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풀럼에서 활약 중인 라울 히메네스가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멕시코에 선제골을 내줬다.

후반전 들어 한국은 교체 카드로 승부수를 던졌다. 손흥민과 김진규가 투입되면서 경기 흐름은 급격히 달라졌다. 손흥민은 본래 포지션인 왼쪽 윙으로 전진하며 공격의 날카로움을 한껏 드러냈다. 후반 20분, 오현규가 문전에서 상대 수비와 몸싸움을 벌인 후 흘러나온 공을 손흥민이 왼발로 강하게 차 동점골을 기록했다. 이 골로 손흥민은 A매치 136경기 출전, 역대 남자 선수 최다 출전 공동 1위에 올랐고, 통산 53호 골을 달성해 한국 축구의 역사를 새로 썼다.

출처: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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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세가 오른 한국은 10분 뒤 또다시 리드를 잡았다. 후반 30분, 이강인이 뒤에서 긴 패스를 전방으로 연결했고, 이를 오현규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측면에서 강력한 오른발 슛으로 마무리했다. 최근 4경기에서 3골을 기록한 오현규는 이날도 뜨거운 골 감각을 입증하며 치열한 주전 경쟁에서 한발 앞서 나갔다. 멕시코도 역습과 교체 선수 투입 등 공세를 수차례 펼쳤지만, 한국의 수비진과 김승규 골키퍼의 선방에 막혀 리드를 지키는 듯했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뼈아픈 실점이 이어졌다. 후반 추가시간 산티아고 히메네스가 아크 부근에서 감아 찬 왼발 슛이 그대로 골 망을 흔들며 무승부로 경기는 막을 내렸다. 손흥민의 마지막 결정적인 슈팅이 골대를 벗어나면서 승부는 방심한 순간에 원점으로 돌아갔고, 한국은 다잡았던 승리를 아쉽게 놓쳤다.

이날 경기는 여러모로 의미가 깊다. 첫째, 한국은 월드컵 공동 개최국이자 북중미 강호 미국(15위·2-0 승)에 이어 멕시코(13위)와도 대등한 경기를 펼쳐 9월 원정 친선 2연전을 1승 1무로 마무리하며 A매치 경쟁력을 입증했다. 둘째, 손흥민· 이강인 ·오현규 · 카스트로프 등 주력과 신예를 두루 시험하며 플랜 B를 실전 적용, 핵심 선수들의 다양한 포지션 변화를 확인했다. 셋째, 멕시코전 무승부로 한국은 5년 만에 멕시코전 3연패의 징크스를 끊었다. 현재까지 역대 남자 성인 대표팀 맞대결 전적은 4승 3무 8패다.

이번 평가전 결과는 12월 월드컵 조 추첨 시드 배정에서도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2018 러시아, 2022 카타르 대회에서 4번 시드에 머물렀던 한국은 올해 대활약을 바탕으로 2번 시드 도약에 청신호를 켰다. 대표팀은 다 음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브라질, 파라과이와 대결하며 본격적인 담금질에 나선다.

평가전에서 드러난 선수 개개인의 경쟁력뿐만 아니라 벤치 멤버들의 기용 폭 확대, 급변하는 전술 운용 등 홍명보호의 다양한 가능성이 확인된 멕시코전은,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 값진 자신감과 방향성을 심어줬다. 멕시코전 무승부, 그리고 손흥민·오현규의 연속골은 한국 축구의 성장과 희망을 상징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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