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20살의 풋사랑이 그렇게도 힘들었니. 눈 앞에 놓인 케이크도 마다할 정도로 말이야.
오늘 내 생일이잖아. 초도 불고 맛있게 먹어야지. 부드러운 식감을 좋아하던 네가 본다면 이 케이크를 좋아할 거 같아. 정말 잘 만들어진 케이크야. 부드럽고 달아.
같이 먹은 커피는 쓰더라. 아 커피는 못 먹었었지, 미안해.
누군가의 전부를 받아 본 기분이 어때? 내가 누군가에게 세상이 되어 본 기분은 또 어떻고. 눈치만 보던 날들이었어. 너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짝사랑이었나 봐. 누군가에게 전부를 내줘봐. 누군가를 나의 세상으로 만들어 봐.그리고 나중에 꼭 들려줘야 해. 무슨 기분이었는지 말이야.
머리는 기르기로 했어. 짧았던 동안은 온통 네 생각뿐이었으니까. 이 머리가 다 길고 나면 그때 넌 정말 없을 거야.
나 이제 물건도 쉽게 잘 버려. 필요가 없어지면 금방 버리려고 해. 가령 오빠가 대학교 들어간다고 사줬던 가방이 너무 자주 매서 뜯어졌을 때 라거나, 자주 꺼내 보고, 읽을 때마다 울어서 다 해진 너의 편지라거나, 나의 학창 시절을 담고 있는 교복 같은 것들 말이야. 너무 소중했던 것들이라, 거기에 얽매여 내가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기 위해 쉽게 버려. 버리고 나면 편해지는 것들, 놓고 나면 보이는 것들. 더 이상 나만 놓으면 끝날 것들에 미련 두지 않으려 해. 계속 붙잡고 힘들어한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까 나는 이제 너를 놓고 살려고 해.
꽃은 피고 지는 게 당연하잖아. 때가 되면 피고 때가 되면 지니까. 그 누구도 의문을 품지 않는, 그런 너무나도 당연한 일. 그런 유약한 존재를 끊임없이 사랑해 보려 해. 사랑이 생기는 것을 꽃이 피는 일. 사랑이 사라지는 것을 꽃이 지는 일이라 할 정도로 사랑해, 그런 유약한 존재를.
너와의 모든 시간이 나에게 좋은 밑거름이 되어줬어. 온 마음을 다해 너를 사랑했던 것도, 한없이 작아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법도, 떠난 사람을 잊는 법도 다 네가 가르쳐줬으니. 너에게 꽃을 선물 받은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네. 나 받은 적 있었네.
근데 그거 알아? 너도 사실 나 엄청 많이 사랑했어. 너는 네가 나를 진짜 사랑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지만, 난 네가 나를 많이 사랑했다고 생각해. 그러니 너무 미안해하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