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 네이버 도서
윤재는 선천적으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편도체 장애를 안고 태어납니다. 그의 일상은 엄마와 할머니의 철저한 보호 아래 조심스럽게 유지되지만, 어느 날 비극적인 사건으로 가족을 잃고 홀로 남게 됩니다. 이후 감정을 폭발적으로 표현하는 또래 곤과 만나며 윤재는 처음으로 타인과 진정한 관계를 맺고 감정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아몬드는 차가운 세계에서 따뜻함을 배워가는 윤재의 섬세한 내면 성장기를 그립니다.

출처 : 한국 NGO 신문
아몬드를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윤재의 감정 결핍을 장애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다름’으로 조명한 작가의 시선이었습니다. 윤재는 단순히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가 아닌 감정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하고 이해하려 애쓰는 인물입니다. 그 모습에서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인 ‘연결’과 ‘공감’을 느낄 수 있었고 이는 저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윤재가 곤과 가까워지는 과정이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곤은 윤재와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인물로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모습을 자주 보입니다. 하지만 윤재는 그런 곤에게 거리감을 두지 않고 오히려 그 내면에 존재하는 외로움과 상처를 알아차리고 천천히 다가갑니다.
그 과정에서 윤재는 이전에는 몰랐던 감정들을 조금씩 체험하게 되고 자신이 타인을 이해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곤 역시 윤재를 통해 처음으로 누군가의 진심을 마주하게 되며 마음의 문을 엽니다.
두 사람의 우정은 감정의 유무를 넘어서서 ‘진심’과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흔히 말로 감정을 전하고 이해한다고 믿지만 윤재는 말보다 더 깊은 진심으로 다가갑니다. 그로 인해 곤도 변하고 주변 사람들도 윤재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게 됩니다. 이 점에서 저는 윤재가 단순히 감정을 배우는 것이 아닌 인간 으로서의 존엄성과 가능성을 확장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이 소설은 우리가 흔히 ‘정상’이라 생각하는 감정의 기준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 비정상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너무 쉽게 감정을 오해하고 남의 감정을 재단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윤재를 통해 작가는 감정이라는 개념의 폭을 넓히고 서로 다른 방식의 감정 표현 또한 존중받아야 함을 말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아몬드는 감정이 메마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우리는 얼마나 진심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있을까요? 감정 표현이 서툰 사람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이 책은 단지 윤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 사회의 이야기이자 이해받고 싶은 모두의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은 후, 타인의 다름을 더욱 존중하고, 감정 이면의 진심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