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록 밴드의 존재감은 오랜 시간 미미하게 다뤄져 왔다. 발라드와 K-팝 중심의 시장 속에서, 밴드 음악은 늘 ‘비주류’라는 꼬리표와 함께 움직였다. 하지만 2022년 Mnet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그레이트 서울 인베이전(GSI)』은 이 흐름을 뒤흔든 전환점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최종 우승 팀 터치드(TOUCHED)가 있었다.
터치드는 서울예술대학교 실용음악과 출신의 4인조 밴드로, 윤민(보컬·기타), 김승빈(드럼), 존비 킴(베이스), 채도현(키보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은 2020년 유재하 음악 경연 대회에서 밴드 최초로 대상을 수상하며 첫 주목을 받았고, 이후 GSI를 통해 전국 단위로 존재감을 확장했다. 터치드는 이 프로그램에서 독보적인 사운드와 구성력, 그리고 안정된 무대 퍼포먼스를 바탕으로 최종 우승을 거머쥐며, ‘밴드 음악도 현재형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해냈다.
GSI는 단순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아니었다. 18개 팀의 밴드들이 참가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며 록, 재즈, 얼터너티브, 이모 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실험을 펼쳤고, 방송을 통해 대중은 그동안 접하기 어려웠던 밴드 신의 깊이와 다양성을 체험할 수 있었다. 터치드는 그 중심에서 'Addiction', 'Highlight', 'Last Day' 등 명확한 서사와 감정을 지닌 곡들로 무대를 장악했고, 청중과 심사위원 양측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다.
터치드의 음악은 격정적이면서도 섬세하다. 사운드는 록의 전형을 따르되, 그 안에 현대적인 감수성과 세련된 프로덕션을 녹여낸다. 윤민의 보컬은 단단한 록의 미학 속에 청량함을 유지하며, 이를 중심으로 멤버 전원이 합을 맞춘 완성도 높은 연주가 터치드의 정체성을 구축한다. 그들은 록의 거칠고 드라마틱한 측면은 살리되, 그 감정을 섬세하게 다듬는 방식으로 새로운 청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터치드가 ‘무대형 밴드’라는 점이다. 이들의 음악은 음원으로도 충분히 감동을 주지만, 라이브 무대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GSI에서도 증명되었듯, 터치드는 공연을 통해 청중과의 ‘접촉’을 만들어내며, 밴드 이름처럼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데 집중한다. 이는 오늘날 음악을 감상하는 행위가 단순한 청취를 넘어, 체험의 영역으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터치드의 가치와 연결된다.
GSI 우승 이후, 터치드는 다양한 방송과 페스티벌 무대에서 활동을 이어가며 자신들의 존재를 공고히 해왔다. 최근에는 글로벌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통해 해외 팬들과도 접점을 넓히고 있으며, ‘K-밴드’의 대표주자라는 수식어에 걸맞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록이라는 장르가 위축되어 있다는 평가 속에서도, 터치드는 그 무게를 오히려 자신들의 정체성과 가능성으로 바꾸며 새로운 지형을 개척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터치드는 단지 GSI 우승 밴드가 아니라, 한국 밴드 음악의 현재와 미래를 잇는 존재다. 이들은 ‘밴드 음악은 올드하다’는 낡은 통념을 스스로 부숴가며, 새로운 청중과 감각을 연결하고 있다. 터치드의 행보는 록이 어떻게 시대에 맞춰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며, 한국 대중음악 안에서 밴드 음악이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가능성의 상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