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인들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도 아니며 리더십이 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거의 없다. 그런 내가 정치계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본받고 싶다고 생각한 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이다. 원래 과학자였던 메르켈 총리는 독일에서 16년을 집권한 동독 출신의 최초 여성 총리로서 역대 독일 총리 가운데 51세라는 가장 젊은 나이에 집권했다. 메르켈 내각이 출범할 당시 그녀가 장기 집권하리라 예상한 정치 평론가는 거의 없었다. 총선에서 보수 성격의 기민당이 가까스로 승리한 데다 독일의 국내외 정치, 경제 상황이 매우 어려웠으며, 2005년 9월 이후 2개월간의 어려운 협상 끝에 11월에야 메르켈 정부가 출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동독과 서독 통일의 후유증이 오래가면서 독일의 실업률은 12%에 이를 정도로 높았다. 기업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었고, 청년 실업은 20%에 육박했으면, 동독과 서독 주민 간 경제적 차이도 줄어들지 않아 사회적 갈등도 깊었다.
메르켈 총리는 정치에 입문한 지난 24년 동안 단 한차례의 스캔들이나 부패 사건에 연루된 적이 없으며, 집권 이후 16년이 지난 2021년도의 결과에서 메르켈 총리는 지난 4차례의 정부 가운에 3차례를 시민당과 대연정을 구성하면서도 확고한 지도력으로 자신의 방향에 따라 국정을 비교적으로 안정적으로 운영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외적으로도 독일은 유럽의 정치, 경제의 주도적인 국가가 되었는데 유럽 전체를 휩쓰는 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메르켈 총리의 지도력으로 극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위기를 극복했지만 그중에서 난 메르켈 총리가 시리아 난민 100만 명을 수용한 결정한 일이 흥미로웠다. 수년간 지속된 내전으로 2015년 시리아 난민들이 대거 유럽으로 넘어왔을 때 많은 유럽국이 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애쓰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때 많은 비판과 여론이 좋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메르켈 총리는 당시 “전쟁으로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 했던 사람들을 우리가 국경에서 거부한다면 독일은 더 이상 나의 조국이 아니다”라고 연설하며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했다.
그러나 비판을 무릅쓰고 수용한 난민이 독일 여성을 성추행하고 회교도 테러리스트의 테러가 일어나자 여론이 악화했다. 난민 수용에 대한 자매 정당인 기독사회당 총재도 메르켈 총리를 비판했으며, 그녀에 대한 국민 지지도가 크게 하락했다. 이러한 비판에 메르켈 총리는 나치가 인류에 저질렀던 죄로 말미암아 많은 유럽인들이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유랑하게 됐으며, 이러한 독일의 뼈아픈 과거를 잊지 말고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또한 메르켈 총리는 자신이 동독에서 자라면서 자유를 빼앗겼던 경험에서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인식하고, 자유를 찾아 억압된 나라를 탈출한 난민들을 도와야 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난민을 독일이 수용해야 하며, 국제사회와 공조해 이들을 지원하는 것이 독일의 위상을 높이는 길이라며 국민을 설득해 나갔다.
내가 메르켈 총리를 보면서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던 점은 중재와 협력의 태도로 다른 의견을 충분히, 그리고 자세히 듣는 자세를 취했다는 것이다. 또한 메르켈은 따뜻하고 단호함을 겸비한 리더였다. 그래서인지 ‘Mutti’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리기도 했다. 그녀의 ‘Mutti’ 리더십은 수업 시간에 배운 변혁적 리더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결정을 이익을 위주로 내리는 것이 아닌 조국과 인권에 대한 자신의 신념을 확고히 하고 국민들을 설득하는 카리스마와 1차원적으로 보는 것만이 아닌 선진 국민이 될 수 있도록 독일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는 영감적 동기부여를 통한 국민을 설득했기 때문이다. 어떠한 경우에는 이러한 변혁적 리더십이 거래적 리더십보다는 더 효과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고는 하지만 독일에서는 메르켈의 변혁적 리더십 성향이 좋은 효과를 보였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 또한 팀 프로젝트의 리더로 활동한 적이 많은데, 팀 프로젝트에서 리더로서 어려움을 겪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이 메르켈 총리라는 리더를 닮고 싶었다. 이번 프로젝트를 총괄하면서 성과를 중시하고 보상하는 거래적 리더보다는 구성원에게 나의 확고한 신념으로 영감적 동기부여를 제공할 수 있는, 내가 속한 공동체의 비전과 사명감을 제공하여 긍지심을 불어넣어 주며 존경과 신뢰를 얻는, 반대 의견에도 충분히, 자세히 들으면서 장려하는 그런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