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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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이 가고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지난여름들을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 있다. 위화의 단편소설집 <무더운 여름>에는 1989년부터 1995년 사이에 쓴 그의 실험적인 소설들이 들어있다. 무거운 주제도 가볍게 만들 수 있는 그의 유머러스함은 이미 한국 독자들에게 유명하다. 소설의 지문보다 인물들의 대사가 주를 이루며, 솔직한 인물 또는 인간 묘사는 독자들을 웃게 만든다.  

 

<무더운 여름>에 수록된 여섯 작품 중 ‘무더운 여름’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왜 여자친구 혹은 남자친구가 생기지 않는 걸까?”라는 흥미로운 질문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은 리치강, 원훙, 리핑 이렇게 세 사람이다. 리치강은 두 여자 원훙과 리핑에게 무더운 여름날 똑같은 대사와 수법으로 다가간다. 원훙과 리핑은 서로 리치강에 대한 얘기를 나누며 이 사실을 알게 되고 리치강을 멍청이라고 놀리며 속으로는 좋아한다. 하지만 소설 후반부에 어리석었던 것은 리치강이 아닌 두 여자인 것을 알게 된다. 

 

원훙은 미래의 남자친구에게 바라는 것이 많았고, 자신에게 호감을 표현한 리치강을 놀렸다. 하지만 실은 그녀는 친구 리핑보다 리치강을 더 좋아했다. 원훙의 이러한 사랑에 대한 태도, 원훙과 리핑의 질투, 리치강의 저울질은 일상에서 볼 수 있는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연애’ 그리고 ‘타인’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다. 

 

사람들이 사회 속에서 쓰는 가면의 모습을 각각의 인물들의 대사와 행동을 통해 투명하게 그린다. 사람의 가면을 벌거벗기면서 드러나는 본성은 소설의 허구성이 아닌 현실 그 이상을 일깨워 준다. 등장인물들의 현실적인 대사는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비즈워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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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사람들의 성격을 정형화하는 MBTI가 유행하고 있다. 이는 그 사람을 짧은 시간에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람의 다면성을 무시하는 단점도 있다. 원훙과 리핑이 리치강을 어리숙하다고 판단하였지만, 리치강은 사실 그녀들을 저울질하고 있었으며 두 여자들을 관찰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 책이 지금 사회에 던질 수 있는 메시지는 인간 또는 세상이 어떠한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라는 메시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무더운 여름> 외에 그의 대표작으로 국내 영화로도 제작된 <허삼관 매혈기(1999)>, <인생 (1993)>이 있다. <허삼관 매혈기>는 가족애, 책임감 등을 치열하게 그려냈다. <인생>에서는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려 인내와 삶의 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혼란스러운 사회 속에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주인공의 삶의 태도는 독자들에게 삶의 고통도 긍정할 수 있는 힘을 준다. 

 

위화의 삶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은 위로가 된다. <무더운 여름>에 실린 <전율>, <우연한 사건>, <여자의 승리>, <다리에서>, <그들의 아들>과 같은 뜨거우면서도 식은땀 흐르게 만드는 그의 소설들은  여름을 잘 떠나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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