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에피톤 프로젝트의 '오늘'

첫 사랑, 윤애라
이제는 잊으리
두 눈 감고 수만 번 되뇌이지만
눈을 뜨면 어느 곳에
잘 걸려 있는 액자처럼 그대는
내 벽 속에 있다
비로소 잊혀졌다 싶으면
빛 바랜 노래로는 피어나고
세면대 비누 향기로도 피어난다
그대는
망각의 늪을 지나고
모든 사랑을 끝냈는데
그대는 여전히 내 벽 속에 갇혀 있다
아직도 나의 사랑을 건드리고 있다

사랑, 이진우
네 몸에 쓰네
내 모든 것

그립다고 해서 외롭지 않았음을, 백가희
나는 너를 잃었다
너를 잃은 것이 두렵지가 않았다
잃었다고 해서
잊힐 사람은 아니었기에

너의 의미, 백가희
지나치게 소소했다
지나치게 소소해서 더없이 익숙했다
내 생활에 빈틈없이 네가 자리해서
내 일상은 곧 너였다

먼 여름, 이성호
아무리 채찍질해도 닿을 수 없는
벼랑처럼 아스라한 그대여
내 마음에 무수히 살면서도
도무지 삶이 되지 않는
어떤 꽃처럼
먹먹한 그대여

인생,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를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 나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들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 뿐

먼지, 윤보영
너도 나처럼
그리운가 보구나
창틀에 앉아
쏟아지는 비를 보고 있는 걸 보면

사랑, 박철
나 죽도록 너를
사랑했건만
죽지 않았네
내 사랑 고만큼
모자랐던 것이다
Le vent selve Il faut tenter de vivre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