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GM-Long Long Ago

하루, 천양희
오늘 하루가 너무 길어서
나는 잠시 나를 내려놓았다
어디서 너마저도 너를 내려놓았느냐
그렇게 했느냐
귀뚜라미처럼 찌르륵 대는 밤
아무도 그립지 않다고 거짓말하면서
그 거짓말로 나는 나를 지킨다

편지, 윤동주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을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사연을 줄줄이 이어 진정 못 잊는다는 말을 말고
어쩌다 생각이 났었노라고만 쓰자
그립다고 써보니 차라리 말을 말자
그냥 긴 세월을 지났노라고만 쓰자
긴 긴 잠 못 이루는 밤이면 행여 울었다는 말을 말고
가다가 그리울 때도 있었노라고만 쓰자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이상복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 속에 있지 않다
사람이 사랑 속에서
사랑하는 것이다
목 좁은 꽃병에
간신히 끼여 들어온 꽃대궁이
바닥의 퀘퀘한 냄새 속에 시들어가고
꽃은 어제의 하늘 속에 있다

위로, 김경빈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들도,
열렬히 저항하고 있는 중이다
보이지 않는 지하에서
빠르게 뒤로 감겨가는 생의 컨베이어 벨트
그대는 그대의 좌절보다 조금 더 빠른 걸음으로
희망을 심으며 살아내고 있다
그러니 괜찮다, 다 괜찮다

잊었습니다, 신제순
지난해 당신을 좋아했던
기억을 잊었습니다
당신의
가슴을 파고들던 미소를
희미하게 잊었습니다
이제 난 당신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 합니다
지난해 당신을 그리워하던
내 마음조차 시간 속에 잊었습니다

낭만의 역할, 이제야
낭만 없는 낭만에서도 너의 낭만이 되어줄게

너, 김영주
가장 달콤하다
가장 부드럽다
가장 신비하다
가장 중독이다

내 몸 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김선우
그대가 밀어 올린 꽃줄기 끝에서
그대가 피는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떨리는지
그대가 피어 그대 몸속으로
꽃벌 한 마리 날아든 것인데
왜 내가 이다지도 아득한지
왜 내 몸이 이리도 뜨거운지
그대가 꽃 피는 것이
처음부터 내 일이었다는 듯이
'나를 보고 웃는 이들이 있다. 나를 보고 웃어준다.
나도 웃는다. 가슴에서 싹이 돋는다. 꽃이 핀다.'
드라마 투윅스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