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서덕준의 그 시절, 좋아했던 그 소녀
BGM-꽃이 피면 지듯이

속눈썹의 우물, 서덕준
험난한 이별 탓에
물 한 모금 마시지 못했는데
갈라진 입술엔 메마른 파도만 일렁대는데
당신 생각으로 말미암아 솟는 이 울음은
대체 어디서 길어올린 것인지요.

환절기, 서덕준
네게는 찰나였을 뿐인데
나는 여생을 연신 콜록대며
너를 앓는 일이 잦았다.

가을, 서덕준
단풍보다 고혹하고 은행보다 어여쁘니
쏟아지는 당신께 파묻혀도
내게는 여한 없을 계절이어라.

나비효과, 서덕준
당신은 사막 위 나비의 날갯짓이어요.
그대 사뿐히 걸어보소서
흩날리는 머릿결에도
내 마음엔 폭풍이 일고 나는 당신께 수몰되리니.

장작, 서덕준
너는 몇 겹의 계절이고 나를 애태웠다.
너를 앓다 못해 바짝 말라서
성냥불만 한 너의 눈짓 하나에도
나는 화형 당했다.

멍, 서덕준
맑은 하늘이 서서히
잿빛 구름으로 멍드는 걸 보니
그는 마음이 울적해진다고 했다.
하늘은 흐리다가도 개면 그만이건만
온통 너로 멍든 내 하늘은
울적하단 말로 표현이 되려나.

이끼, 서덕준
마음가에 한참 너를 두었다.
네가 고여있다보니
그리움이라는 이끼가 나를 온통 뒤덮는다
나는 오롯이 네 것이 되어버렸다.

호흡, 서덕준
당신이 나의 들숨과 날숨이라면
그 사이 찰나의 멈춤은
당신을 향한 나의 숨 멎는 사랑이어라.

능소화, 서덕준
누가 그렇게
하염없이 어여뻐도 된답니까.

너의 의미, 서덕준
너를 그리며 새벽엔 글을 썼고
내 시의 팔 할은 모두 너를 가리켰다.
너를 붉게 사랑하며 했던 말들은
전부 잔잔한 노래였으며
너는 나에게 한 편의
아름다운 시였다.

새벽, 서덕준
네가 새벽을 좋아했던 까닭에
새벽이면 네가 생각나는 것일까.
아, 아니지.
네가 새벽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내가 너를 좋아해서였구나.

천국, 서덕준
남들은 우습다 유치하다한들
나는 믿는다
영원한 영혼을, 죽음 너머 그곳을.
그렇다고 믿자.
내가 늙고
어느덧 잔디를 덮어눕고
당신이 있는 그 곳에 가거든
한 번 심장이 터져라 껴안아라도 보게.
나 너무 힘들었다고 가슴팍에 파묻혀 울어라도 보게.

꽃구경, 서덕준
마음이 사무치면 꽃이 핀다더니
너 때문에 내 마음은 이미 발 디딜 틈 없는
너만의 꽃밭이 생겼더구나.
시인 서덕준 인스타그램 @seodeok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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