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퀀스란? 특정 상황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묘사하는 영상 단락 구분. 몇 개의 신(scene)이 한 시퀀스를 이룬다. 신은 한 개 이상의 쇼트(shot)가 이룬 장면. 다시 말해 쇼트가 신을 이루고 신이 시퀀스를 이룬다.
오프닝이나 엔딩에 나오는 영화 시퀀스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건 일부를 보여주기도 하고, 시리즈 영화라면 과거의 사건을 압축적으로 요약하여 보여주기도 한다. 또 엔딩에 시퀀스가 나올 경우에는 에필로그로 나올 수가 있고, 영화 분위기를 제시하거나 판타지 영화라면 등장인물의 정신적 또는 육체적 특징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렇듯 사람들은 시퀀스에 따라 영화에 대한 호감도가 떨어지기도 하고 높아지기도 한다. 그래서 영화 제작자들은 시퀀스를 예고편으로 공개하기도 한다.

영화 '블랙스완'의 시퀀스는 특유의 영화 분위기를 잘 살려 내었다. 춤추는 장면과 전주 하나로 주인공 '니나'가 흑과 백 사이에서 갈등하게 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뒤에 나오는 붉은 색은 항상 '니나'의 등에 있던 상처를 뜻하기도 하고 역할에 대한 광적인 집착마저도 보여준다. 하지만 너무 음악에만 집중하여 사람들의 흥미를 확 끌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영화 '007 skyfall'의 시퀀스는 007 영화 시리즈 중에서 많은 사람을 열광하게 한 가히 최고라고 말할 만큼 뛰어난 시퀀스이다. 제일 먼저 심연으로 빠지는 '제임스 본드'부터 눈길을 사로잡고, 그 후로 들리는 '아델'의 목소리는 적절히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다. '제임스 본드'의 고독과 혼란을 보여줌으로써 화려한 영상미로 사람들을 압도하게 한다. 그리고 최면에 빠져들 듯이 몽환적인 분위기는 대략의 영화 분위기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이영애'의 천역덕스러운 연기가 일품인 처절하고 아름다운 복수극을 담은 영화이다. 처음에 나오면서 가장 먼저 '안녕히 가세요.'라는 명대사를 날린다. 그리고 이후에 나오는 전주와 몸에 그려지는 장미꽃과 피는 '금자'의 마음에 담아둔 복수심과 좌절감을 나타내는 것 같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영화가 전개될지도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히어로 물인 영화 '어벤져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시퀀스로 어벤져스에 나오는 등장 히어로가 누구인지 사람들에게 예상하는 재미를 안겨주고 웅장한 전주 역시 히어로 물과 걸맞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마블의 세계관에서 가장 큰 악당이라고 할 수 있는 '타노스'도 등장시켜서 이후의 줄거리까지 알려준다.
이렇듯 시퀀스는 영화 안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한다. 이런 시퀀스에 매력에 빠져서 영화를 보러 가는 사람도 있고 시퀀스만 따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안의 또 다른 영화, 시퀀스. 한 번쯤 주의 깊게 볼 만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