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머니
어느 날 두 여자가 한 아이를 데리고 와서, 서로 자기 아이라고 다투며, 솔로몬 왕에게 재판을 청해 왔다. 솔로몬 왕은 여러 가지 사실을 조사해 보았지만 자기도 어느 쪽의 아이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솔로몬 왕은 이 아기를 칼로 두 토막으로 자르도록 명했다. 그러자 한쪽 어머니는 갑자기 미친 듯이 울부짖으며, 그렇게 하려거든 차라리 그 아이를 저쪽 여자에게 넘겨주라고 외쳤다. 그 광경을 보고 솔로몬은 "너야말로 진짜 어머니다."라고 말하며 아이를 넘겨주었다. 이를 보고 우리는 솔로몬의 지혜를 알려주는 내용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보고 생각을 해보면 다른 관점과 해석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판단된다. 이 이야기의 전제는 한 어머니만 울며 아이를 살리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만약 두 어머니 모두 울면서 아이를 살리려고 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솔로몬은 과연 그 상황에서 진짜로 아이를 칼로 두 토막을 내려고 할 것인가? 자기 자식이 죽어서 뺏어온 마당에 가짜 어머니는 심각한 충격으로 아이가 진짜 자기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다. 그런데 아이를 또 잃는다는 것은 가짜 어머니의 입장에서 정신이 나간 상태에서 더 광기를 낼 수 있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러한 연출로 바뀐다면 솔로몬은 앞에 말한 같은 판결을 낼 것인지 아니면 여기서 새로운 제안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점이 생긴다. 과연 이 상황에서 솔로몬은 어떤 지혜를 보일 것인가.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자식의 생사가 관련돼있는 만큼 더욱 큰 지혜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지혜는 EU와 폴란드의 상황에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19년도부터 폴란드 정부에서 사법개혁을 두고 EU와 갈등이 생기면서 퇴출까지의 언급이 나오고 있다. 그 이유가 폴란드의 여당이 ‘국가사법 평의회’라는 걸 만들었는데 국가사법 평의회에 지명된 판사들의 합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 해당 판사는 벌금형을 받거나 해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유럽 사법재판소는 폴란드 여당의 사법권 장악 시도로 판단하고 제재를 가한 것이다. 하지만 폴란드는 이에 굽히지 않고 내정간섭이라며 명령 이행을 거부하면서 둘 사이의 갈등이 시작된 것이다. 무엇보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난민 수용, 군 물품 지원 등 국제사회에서 폴란드의 역할이 중요해진 지금 여전히 진행 중인 폴란드와 EU의 갈등에 세계가 눈여겨보고 있는 상황이다.
EU에 소속되어 있으면 EU 법을 당연히 따라가면서 조율해 나가는 것이 국가를 이끌어 가는 게 현명하다. 하지만 폴란드는 이를 무시하고 국가사법 평의회라는 것을 강행했었는데 이를 유럽 사법재판소에 의해 제지당한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일 사안이다. 그래서 몇 번이나 수정안을 반려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가는 와중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생한 것이다. 이는 전환점이라 할 수 있다. 전체주의 정권이라 비난했던 바이든도 폴란드에 방문부터 ‘폴렉시트’가 거론되었지만, 유럽 통합의 상징으로 전환되며 폴란드의 입지가 급부상한 것이다. 이에 힘을 얻어 강대국(독일, 프랑스 등)에 목소리를 더욱 키울 수 있었다.
아직 이 갈등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솔로몬이라면 어떤 결정을 내려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이 상황을 자세히 파고들면 점점 흥미진진해진다. 폴란드의 문제일까, EU 강대국의 잘못일까. 회원국의 주권이 중요한 것일까. EU 법이 중요한 것일까. 우리가 유럽연합이 아니기에 정확한 내부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표면적으로 나와 있는 것만 하더라도 이에 적합한 민주주의는 무엇이며 이에 폴란드와 EU는 어떻게 원만한 합의를 이루어 낼지 의문점만 남는다. 누군가는 한발 물러서야 할 상황에서 과연 둘 중 누가 정답이고 누가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끌어낼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