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이렇게 되었을까?

일학년 첫 학기 때 한 수업에서 ‘우리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은 어떤가요?’라는 질문은 한 교수님께서 물어보셨다. 순간에 본능적으로 ‘아름답습니다’라고 답했다.

아름답다. 무엇이든 항상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자는 내가 어학당 마친 후 새 출발점인 대학에 들뜨는 마음으로 진학했다. 신입생의 기대함과 설렘. 아마 그래서 그때 주저 없이 아름답다고 답을 했을 것이다. 
세상에 나가고 나갈수록 새로운 사람, 새로운 경험, 새로운 지식 등 모든 것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면서 시야가 넓어진다. 내가 모르고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남들의 이야기들을 알게 되고 내가 생각했던 세상과 현실은 언제부터 점점 달라진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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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남은 다른 삶은 살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가 한 사회, 한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많은 공통점을 가지며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 2010년에 창간된 ‘벼랑에 선 사람들’이라는 책은 12년이나 지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책에서 나온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가 아직까지 우리의 현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 내용은 주로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지만 서양이든 동남아든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돈의 가치는 어디까지 큰가? 돈 때문에 어떤 대가를 갚아 더라도 벌도록 하는 사람도 있고 돈보다 건강, 사랑, 편안 등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삶에서 무엇은 가장 존귀하냐 하는 질문은 정확한 답이 없다. 사람마다 사는 환경에 따라 달라지며 답은 각자가 가지고 있다.


열심히 살아왔는데 왜 계속 불안한가? 
불안함에 벗어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사회가 되었다.
어떤 사람이 생계를 위해 뼈가 빠지게 일해도 가난을 벗어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저녁 될 때 누울 곳 없어 남이 다니는 보도를 빌리고 하루하루 임시적인 주거로 ‘불안한 생활’을 보낸다. 특히 아이 낳고 기르기를 포기하게 만드는 부모의 ‘보육 불안’. 특히 이 문제는 한국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에서 가장 뚜렷하며 다른 나라와 구분할 수 있는 현 한국의 큰 과제라고 본다. 보육 불안으로 인해 결혼 비율이 날수록 떨어지고 저출산 문제로 노동 부족 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 외에 중병을 들면 걱정되는 ‘의료 불안’, 절박한 상황에서 무자비한 고리채에 손댄 이들의 ‘금융 불안’. 책에서 나온 이러한 ‘원초적 불안’은 빈곤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벼랑에 내몰린 듯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가장 자극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보여줬다.

중부매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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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를 그렇게 쌓으면 어떡하나”, “거기 말고 여기다 쌓으라고”, “파 부스러기, 밀대로 밀어내라”...


1부에서 농사 배달꾼 장에서 나온 사장님의 이 명령들이 끊임없이 계속 나오고 읽을수록 힘듦과 답답함을 같이 느끼게 되었다. 돈을 버는 것이 역시 쉽지 않다. 대화 내용 중에 “동생도 머리 써서 돈 벌 생각을 해야지, 몸 써서 돈 벌기 힘들어”라는 문장은 많은 생각이 들었다. 쉬운 건가? 머리로 돈 버는 것도 만만하지 않을 텐데… 여러 업무의 데드라인 때문에 며칠 동안 밤새워서 준비하느라 얼빠진 표정으로 다니고, 상하 관계 잘 보내기 위해 이를 악물고 참는 직장인들의 모습은 종종 드라마에 재현된다. 정신적 불안은 정말로 무서운 ‘괴물’이라고 본다. 책에서 언급된 파 배달꾼 직업뿐만 아니라 수십 번 심장을 찌른다고 하는 텔레마케터, 출장 청소부나 특급호텔 하우스맨의 이야기를 이어 절실하게 느껴 줬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공감하면서 현실을 다시 느끼게 했다. 나온 에피소드들은 나도 비슷한 상황을 겪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힘듦이 있어야 행복이 느낀 듯하다. 나 자신으로 삶과 마주치는 용기를 냈을 때 삶의 가치는 무엇인지 답을 알게 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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