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favors the prepared." 행운은 준비된 자를 좋아한다는 말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떤 사람이 잡은 기회를 운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행운은 평소에 ‘준비’한 자들이 잡는 ‘특권’이 아닐까?

 

이 땅의 모든 축구선수들에게 ‘대표’ 선발은 꿈이자 목표이다. 여기 대학축구 9권역에서 묵묵히 팀의 수비라인을 지키던 한 선수가 있다. 이 선수는 지난 7일부터 16일까지 베트남에서 열린 2014 제 15회 BTV-CUP 국제 축구대회에 생애 첫 대표로 선발됐다. 간절함을 가지고 베트남으로 향한 이 선수는 대회 기간 동안 전 경기에 나서 풀타임 활약하며 당당히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생애 첫 대표 선발에 이어 우승컵을 들어 올리기까지. 이제는 ‘묵묵함’에서의 탈출을 선언한 대구대학교 수비수 최규백(체육학 12‘)의 이야기다.

글, 사진 = 박병준(pbj1103@naver.com)

인터뷰 = 박병준 · 민경석 · 유인종(대구대학교 신문방송학)

 

 

2014 BTV-CUP 국제축구대회 대학선발팀에 부름을 받다.

 

“선발과정이요? 지난 10월 중순 오후 훈련을 끝내고 기숙사에서 쉬고 있는 데 박순태 감독님께서 전화로 소식을 전해 주셨어요. 베트남에서 열리는 ‘2014 B-TV CUP 국제축구대회’에 대학대표로 선발되었다고. 대회가 열리는 건 알고 있었는데 제가 대표로 선발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

 

당시 대학팀들이 참가하는 U리그가 종료되고 왕중왕전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대학선발팀을 이끌게 된 문영래 감독(現 원광대 축구부 감독)은 왕중왕전에 진출하지 못한 팀들의 선수들로 20명의 선발팀을 꾸려 국제대회 참가를 준비했다. 대회를 3주 앞둔 10월 17일(금) 오후 한국대학축구연맹은 20인의 명단을 발표했고, 발표된 20명의 명단에는 대학축구 9권역(경북,대구,울산)에서 유일하게 선발된 최규백의 이름이 적혀있었다.

 

“대회에 앞서 한국대학축구연맹에서 요청이 왔습니다. 연맹에서 중앙 수비 자원이 필요하다는 요청이었습니다. 주저하지 않고 규백이를 추천했죠. 규백이는 중앙 수비수가 갖춰야 할 침착함과 안정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규백이의 장점이 단기간에 열리는 대회에서 중요한 수비라인의 안정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 확신했기 때문이죠.” (박순태 대구대학교 감독)

 

대구대학교 축구부 박순태 감독은 지난 2011년 서울중동고의 수비를 책임 지던 최규백을 눈여겨보고 부모님을 직접 만나 대구대학교 축구부로의 진학을 설득했다. 박 감독의 좋은 평가와 설득에 대구대학교로 진학한 최규백은 2012년 2월 경남 남해에서 열린 제48회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부터 수비라인을 지키며 차근차근 성장해왔다. 1학년 때부터 함께 땀 섞으며 키운 선수를 대학대표 선발에 보낸 박순태 감독은 ‘잘하고 와라’는 충고보다는 ‘항상 부상 조심하고 최선을 다해라.’라고 말하며 천안으로 향하는 제자를 격려했다.

 

“대표 선발 연락을 받고 여권을 만드는 등 서둘러 출국준비를 했죠. 생애 첫 대표 선발이라는 기회가 온 만큼 꼭 경기를 뛰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어요. 27일 천안으로 소집되기 전까지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면서 몸을 만들었어요.”

▲ 지난 10월 27일 천안축구센터로 소집된 한국 대학선발팀(사진제공 : 한국대학축구연맹)

 

문영래 감독은 당초 소집일정보다 하루 앞당긴 10월 27일, 선발 선수들을 천안축구센터로 불러모았다. 문 감독은 베트남 현지 기후와 단 기간의 대회 일정을 고려해 연습경기나 전술훈련보다 선수 개개인의 체력과 컨디션을 대회 일정에 최적화하기 위해 힘썼다.

 

“감독님, 코치님, 그리고 대부분의 대표 선발 선수들은 초면이었어요. 어색한 인사를 나눌 세도 없이 오전, 오후로 나눠 강도 높은 훈련을 시작했어요. 솔직히 말하면 힘들었어요(웃음). 하지만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었기 때문에 힘들어도 참고 했어요. 감독님께서는 훈련과정에서 특히 조직력을 강조하셨어요. 프로팀과 연습경기를 하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렸고, ‘아!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 우승 트로피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최규백(사진제공 : 한국대학축구연맹)

 

생애 첫 대표 선발, 우승컵을 들다.

 

천안에서 닷새 동안 담금질을 한 한국대학선발팀은 11월 2일, 대회가 열리는 베트남으로 출국했다. 홈 팀 Becamex Binh Duong을 비롯한 베트남 V리그 클럽 4팀과 브라질, 미얀마와 태국의 프로팀과 한국대학선발팀까지 총 8팀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대학선발팀은 베트남 프로팀 Becamex Binh Duong, Dong Tam Long An, 태국 프로팀 BEC Tero Sasana F.C와 A조에서 조별예선을 시작했다.

 

“베트남 현지에 도착하고 베트남 A대표팀과 연습경기를 했어요. 당시 중앙 수비수로 수비라인을 지켰는데, 경기가 진행되면서 조직력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문영래 감독님께서 이 경기 이후 수비 쪽에 중심을 두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풀어나가라는 지시를 하셨어요.”

 

한국대학선발팀은 Binh Doung Stadium에서 2006,7년 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했던 Dong Tam Long An과의 예선 1차전에서 1-2로 패하면서 대회를 시작했다. 예선 2차전에서는 태국팀 BEC Tero Sasana F.C를 2-0으로 제압하며 위기를 넘긴 한국대학선발팀은 Becamex Binh Duong와 0-0으로 무승부를 거두며 준결승에 진출했다.

 

▲ 최규백은 짧은 대회기간동안 새로운 동료와 우승컵을 들며 많은 것을 얻었다.(사진제공 : 최규백)

 

“1차전부터 송성범(호원대 11‘) 선수와 함께 중앙에서 짝을 이뤘어요. 첫 경기라 긴장했는지 공격진이 여러 찬스에서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어요. 무엇보다 제가 파울을 범해서 PK를 내줬거든요?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죠. 1차전을 패배하고 나서 2차전은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각오로 준비했어요. 이어진 2차전은 2-0으로 승리하면서 분위기를 바꿨던 게 우승하는 데 가장 큰 고비가 아니었나 생각해요. 아, 3차전을 앞두고 학교에 계신 박순태 감독님께 전화를 드렸는데 당시에 비기거나 이기면 준결승 진출이고 지면 탈락이었어요. 대회 상황을 말씀드리니 감독님께서 ‘보고싶으니 그냥 빨리 돌아와.’라고 말씀하셨는데 부담 갖지 말고 뛰라는 말씀을 돌려서 하신 것 같아요(웃음). 결과적으로 비겨서 준결승에 진출했으니 이렇게 웃으면서 추억할 수 있는 것 같아요.”

 

A조 2위로 준결승에 진출한 한국 대학선발팀은 준결승에서 브라질 이스피리투산투 주 2부리그 팀인 Capixaba와 결승행을 다퉜다. 팽팽한 흐름이 이어진 경기. 승부는 승부차기까지 이어졌고 최종 스코어 4-3으로 극적인 결승행을 이뤄냈다.

 

“준결승전이요? 예선 3차전을 끝내고 Capixaba와 Da Nang의 경기를 현지중계로 지켜봤어요. 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경기에 나서 직접 부딪혀보니 체격조건이나 개인 능력이 우리보다 앞서있었어요. 전반 초반에는 라인을 내려 밑에서부터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경기를 풀어나가다가 후반에 밀어붙이는 전략이었는데 결국 득점없이 승부차기로 이어졌죠. 중계보셨죠? 승부차기 1번 키커가 저였어요. 경기에 앞서 승부차기 연습을 했는데 그때 자신감있게 찼는데, 감독님이 믿고 1번으로 절 선택하셨어요. 연습 때처럼 자신감 있게 찼어요. 다행히 성공했어요.”

 

▲ 예선 1차전에서 패했던 Dong Tam Long An(태국)팀을 결승에서 다시 만나 2-1로 깔끔하게 복수하며 우승컵을 든 한국 대학선발팀(사진제공 : 한국대학축구연맹)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투 끝에 결승에 진출한 한국 대학선발팀은 결승전에서 예선 1차전에서 1-2 패배를 안겼던 Dong Tam Long An을 만났다. 우승컵을 건 결승전에서 대학선발팀은 물러서지 않았다. 두 골을 몰아친 이지민(아주대학교 12‘)의 활약에 힘입어 2-1로 패배를 설욕하며 Binh Doung Stadium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정신력과 투지로 이뤄낸 승리 속에 문영래 한국 대학선발팀 감독은 “이번 대회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수비의 안정이었다. 1차전에 다소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안정감을 찾았다. 뛰어난 선방을 보여주며 대회 최우수 골키퍼상을 수상한 이인수와 최규백과 송성범을 중심으로 이뤄진 수비진이 침착하게 잘 지켜준 덕분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라고 말하며 대회 우승 소감을 밝혔다.

 

▲ 준비한 질문을 모두 소진하고 앞으로의 각오를 묻자 최규백은 웃으며 한 발짝 더 다가왔다. 그의 꿈도 한 발짝 더 가까워진 게 아닐까?

 

베트남에서 얻은 교훈, ‘묵묵함’에서의 탈출을 선언하다.

 

“우승했잖아요. 트로피를 들어 올릴 때 기분은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우승 후에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았어요. 특히 부모님이 가장 기뻐하셨어요. 학교로 돌아온 지금, 이제부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먼저 1학년 때부터 믿고 기회주신 박순태 감독님께 깊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지금까지 ‘꾸준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를 더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생긴 것 같아요. 무엇보다 베트남에서 가져온 건 ‘자신감’이 아닐까 생각해요. 사실 베트남에서의 매 경기가 쉽지 않았어요. 힘든 만큼 많은 것을 느낀 것 같아요. 내년에 어느 새 팀을 이끌어야 할 4학년이 되는 만큼 더 책임감을 가지고 ‘유명한 선수’가 아니라 꾸준히 잘하는, ‘영리한' 수비수가 되고 싶어요. 다가오는 동계훈련 잘 준비해서 내년에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대구대학교 축구부의 도전! 지켜봐주세요. 감사합니다.”

 

대구대학교로 돌아온 최규백의 눈동자에는 자신감, 다음 시즌에 기대 그리고 간절함이 녹아있었다.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 최규백에게 언제 또 행운이 손을 내밀까. 아마 멀지 않은 것 같다.

 

▶ 대구대학교 수비수 최규백(대구대학교 체육학 12') 프로필 ◀

 

생년월일 : 1994년 1월 23일

신체조건 : 188cm, 75kg

포지션 : DF

배번 : 20

출신교 : 율전초 - 율전중 - 중동고 - 대구대학교

- 대표경력

2014 BTV-CUP 국제축구대회 대학대표 (우승) # 전 경기 선발, 풀타임 활약

- 출전기록 (2012-2014)

2012 제 48회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 2경기

2012 카페베네 U리그 12경기

2012 제 43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4경기

2013 제 49회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 3경기

2013 카페베네 U리그 16경기(전 경기 선발)

2013 제 44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5경기(전 경기 선발)

2013 U리그 챔피언쉽 1경기

2014 제 50회 전국춘계대학축구연맹전 3경기

2014 카페베네 U리그 9권역 14경기(전 경기 풀타임)

2014 제 45회 전국추계대학축구연맹전 3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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