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세력의 위기

 

지난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3 대 1까지 허용하는 현행 선거법 조항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1년이라는 유예기간을 두고 ‘인구 편차를 2대 1로 조정’이라는 입법 기준까지 제시했다. 이렇게 되면 인구가 많은 수도권의 선거구는 늘어나고, 상대적으로 농어촌 지역이 많은 전라도, 경상도는 선거구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구는 적으나 특수지역에 대한 이해관계를 누가 대변할 것이냐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표의 등가성 못지않게 소수자의 의견을 어떻게 수렴할 지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잠깐 논의되었던 ‘정치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힘을 얻게 되었다. 과거에는 의원연금, 불체포 특권, 국회선진화 법 등 국회의원의 권한을 내려놓는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선거구 자체를 조정해야 할 판이다. 이는 국회의원의 ‘생존권’과 직결된 사안으로 앞으로 여야간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편, 이 사안에 대해 한국언론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그리고 정치개혁의 한 방안으로 제시된 소수자의 배려가 제시되고 있는 요즘. '대안세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를 했을까.

 

▲2012년 대선국면 당시 박근혜 후보를 띄워주는 <TV조선> 방송 화면 

 

 

■ 언론이 바라는 '정치개혁'

 

환경과 자치연구소 임순미 씨는 <정치인 이미지 프레임>에 대한 논문에서 ‘언론이 자신들의 가치정향과 유사한 후보를 부각시켜 종국에는 당선시키기 위해 선거에 적극 개입한다는 것은 기정사실이다’라고 주장했다. 2012년 대선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당시 선거 국면이었던 11월과 12월 종합편성채널은 실시간으로 선거 뉴스를 방송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특정 후보를 옹호하거나 비판하는 일에 몰두 했으며, 후보와 연관된 인물을 부각시키거나 후보와는 관련 없는 의제를 확대·재생산하기도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TV조선>과 <채널A> 등에 경고조치를 했지만 종편채널이 생산한 의제는 이미 온라인 커뮤니티로 번져 또 다른 의제를 확산시켰다. 논문이 주장하는 내용과 실제 현상 등을 종합해 볼 때 결국 언론은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후보를 선별하고 정책검증을 제대로 했는지에 의문이 제기된다.

 

한편, 정치적 의제를 두고 보수와 진보 등으로 엇갈린 한국 언론이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대해서는 같은 목소리를 냈다. 11월 1일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투표가치의 평등권이란 측면에서 당연하고 바람직한 결정이다’라고 지적했으며 같은 날 <조선일보>는 ‘민주적이며, 정치 갈등도 줄일 수 있는 선거제도를 찾기 위한 국회 차원의 논의를 해 볼 필요는 있다’고 주장했다. 각 언론사별로 주장 강도가 조금씩 차이는 있었지만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정치적 이슈를 두고 양분화된 언론이 정치개혁에 있어서는 한결같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 누가 '대안세력'을 위기로 몰아넣나.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가장 부각되고 있는 사안이 선거구제 개편이다. 소선거구제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정치 특성상 거대 두 정당이 오랜기간동안 권력 ‘나눠먹기’식으로 정치를 해왔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정당내 계파, 파벌주의가 횡행했고 정치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되었다. 결국 국회가 국민의 민의를 제대로 수렴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올해 치러진 교육감 선거에서 경기도는 조전혁 정종희 최준영 박용우 김광래 등 보수 진영에서 무려 5명의 후보가 난립해 총 63.5% 득표율을 올렸지만 표가 흩어지면서 총 36.5% 득표율을 기록한 진보진영 이재정 후보자가 당선됐다. 득표율이 절반도 못미치는 후보자가 당선됨으로써 대표자가 민의를 반영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중·대선구제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 안철수 현상에 대한 언론사별 보도태도 분석

 

중대선거구제의 본질은 사표를 줄여 소수자의 목소리까지 정책결정에 반영하자는 것이다. 이 때문에 소수 정당이 국회에 진출함으로써 '대안세력'의 확장력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언론은 그동안 대안세력에 상당한 거부감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 사례를 알아보기 위해 '안철수 현상에 대한 언론 보도태도의 차이'를 분석한 논문을 살펴보았다. 세부내용을 보면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보수언론은 부정적 태도를 많이 나타냈으며, <경향신문>, <한겨레> 등 진보언론은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본 것으로 밝혀졌다.  

 

물론 당시 안철수라는 인물이 한국정치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거대 양당 체제로의 편입하기 이전에 독자 노선을 걷고 있던 인물을 두고 한국언론은 보수, 진보 등으로 나뉘어져 양극단의 보도태도를 보였다는 점만으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언론의 이 같은 보도로 인해 우리사회는 소수자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가질 수 있었던 기회를 놓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대중은 언론을 통해 사회적 이슈를 이해하고 정보를 습득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언론이 제시하고 있는 수 많은 의제와 프레임은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의 인식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그동안 한국언론은 선거국면과, 다른 정치적 이슈를 두고 대립과 갈등의 분위기를 조성했다. 따라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정치개혁의 분위기가 높은 요즘, 언론이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선거구제를 개편하기 앞서 한국언론은 왜 우리사회가 대안세력이 필요한지, 국민을 위한 정치가 필요한지 곰곰이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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