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쪽_Pixabay / 오른쪽_권기승

  2020년 봄, 전 국민의 일상이 멈춰버렸다. 지난해 말 발생하여 올 초 국내에 들어선 코로나 바이러스의 여파로 각지의 대학에서는 기존의 대면 수업 대신 온라인 비대면 수업을 실행했고, 새 학기를 맞은 설레는 발걸음으로 가득 차야 할 캠퍼스는 텅 비어있다. 길어야 한 달 안에 마무리 지어질 줄 알았던 대학교 비대면 수업은 한 학기 동안 지속되었고, 벌써 학기의 끝맺음을 바라보고 있다.

  대학에서는 갑작스러운 비대면 강의를 진행하며 온라인 강의 제작 관련 교육 프로그램부터 강의 제작에 도움을 주는 시스템 지원까지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효율적인 비대면 강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수업 플랫폼, 방식, 시험 평가, 등록금 등의 문제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기존에 온라인 수업을 진행해왔던 ‘사이버 대학이 현 상황에서는 암묵적인 승리자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교 이래 첫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는 각지의 대학은 그야말로 비상이다. 대학에서는 처음 겪는 비대면 강의를 어떻게 진행해나가고 있으며, 이를 둘러싼 어려움과 개선책으로는 어떤 것이 있을까.

 

대학 비대면 강의, 어떻게 진행되나

▲ 제작_김윤지

  먼저 대학교 비대면 강의의 진행 방식에 대해 살펴보았다. 의과학 연구정보센터(MedRIC)에서는 4월 7일부터 15일까지 9일간 대학교 비대면 수업에 대해 교수 395인, 학생 766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현재 비대면 수업에서 사용되는 수업 플랫폼으로는 학교 제공 시스템이 65%로 가장 높았고, 줌 44%, 유튜브 27%가 그 뒤를 이었다. 줌(ZOOM)이란 인터넷 화상 회의 플랫폼으로, 여러 사람이 함께 얼굴을 마주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앱이다.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업 형태는 녹화된 강의 55%, 실시간 화상 강의 36%, 수업 자료 업로드 5% 순이었고, 교수들이 선호하는 수업 형태는 녹화된 강의 46%, 실시간 화상 강의 36%, 수업 자료 업로드 12% 순으로 학생들이 선호하는 방식과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다. 반면 학생들이 선호하지 않는 수업 형태로는 단순 수업 자료 업로드 44%, 과제 제출식 수업 31% 등이 있었다.

 

▲ 정영현

  처음 하는 대학 생활의 모든 것이 낯선 신입생들의 상황은 어떨까. 단순한 통계 자료만을 통해 파악하기 힘든 세부적인 사항을 살펴보고자 비대면 강의를 수강 중인 대구대학교 화학교육학과 20학번 정환선 씨(20)를 만나보았다. 올해 신입생으로 입학한 정환선 씨는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듣다 보니 동기들, 선배들, 교수님과 직접 만나지 못해 아쉽고 고등학생 때의 수업과 크게 다른 점을 모르겠어요. 또 녹화된 강의 수업에서는 강의를 들으며 생기는 궁금한 점을 바로바로 질문할 수 없어서 아쉬워요.”라고 말하며 “하지만 비대면 수업은 안전을 위해서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례 없는 비대면 수업이 학생들에게만 낯선 것은 아니다. 수업을 진행하는 교수진들도 난생처음 겪는 강의 환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류성진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강의를 녹화하여 유튜브에 올리고, 업로드된 강의 영상을 학교 시스템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류성진 교수는 “기본적으로 상호작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대면 강의와 달리 일방적인 강의 전달 형식의 비대면 강의는 수업 도중 학생들과 소통할 수 없다는 점이 가장 힘들다.”라며 학생들과의 실시간 교감을 통해 보다 흥미로운 강의를 진행하지 못하는 점을 가장 불편한 점으로 꼽았다. 반대로 비대면 수업의 이점은 없었냐는 물음에는 “비대면 강의의 장점을 교수의 측면이나 강의의 효율성 측면에서는 찾기 어렵다. 다만, 학생들에게 있어서는 강의의 반복 학습이 가능하다는 점과 자신이 원하는 시간대에 강의를 수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는 녹화된 강의에 한정된 것이다. 실시간 강의의 경우에는 또 다른 접근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녹화된 강의를 수강하는 데 있어서는 지정된 날짜 중 본인이 편한 시간대에 강의를 들을 수 있다는 점, 이해가 잘되지 않는 부분은 다시 반복해서 학습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학생과 교수 간에 실시간 상호작용이 불가능하여 학생들은 수업 도중 생기는 의문점을 즉시 질문하지 못하고, 교수진은 학생들의 이해 정도를 파악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있다는 것을 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보완하는 플랫폼으로 실시간 화상 강의 시스템이 있지만, 이 또한 면대면 대화에 비해 활발하지 못한 소통, 인터넷 연결 문제 등의 어려움이 있어 대면 강의를 완벽히 대신할 만한 비대면 강의 시스템을 구축하기엔 아직 부족한 점이 있다. 대구대학교 화학교육학과 20학번 정환선 씨(20)는 “실시간 강의의 경우 녹화된 강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지만, 갑자기 인터넷 연결이 끊어져 수업 내용 일부를 놓친다거나 녹화된 강의에 비해 수업의 질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대학 비대면 강의의 2차 난관

실습 학과 비대면 수업 “미술대학 온라인 강의에 한계 느껴”

등록금 일부 환불 목소리는 여전

비대면 성적 평가, 형평성·공정성 보장되나? “교수자와 학생 간 신뢰가 중요”

 

  대학교 비대면 강의에서 빠질 수 없는 난관은 바로 실습 관련 수업이다. 이론 위주의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어찌어찌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도 미술, 체육, 음악 등 실기 위주 수업을 진행하는 예체능 계열 학생들은 비대면 강의에 더 많은 제약 사항을 가지고 있다. 미술 계열인 홍익대학교 디지털미디어디자인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수 씨(가명)는 “전공 수업은 모두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있다. 화면 공유를 통해 작품을 공유하고, 교수님 또한 화면상으로 작품을 감상한 뒤 피드백을 주신다. 교수님께서 학생들의 작품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고 작품 제작·보완의 기술적인 요소를 도와줄 수 없다는 점, 작품의 의미를 교수님과 학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다. 또 실기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비싼 등록금에 비해 수업의 질이 낮은 것에 대해 불만이 있다.”라고 토로했다.

  김 씨와의 인터뷰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대두되는 또 다른 문제는 등록금 관련 문제이다. 온라인 강의 환경에서는 이전에 경험했던 양질의 수업과 질적 차이를 느낄 수밖에 없기에 수업 구성이 좋지 않은 일부 수업, 학교 시설 이용료 및 관리비, 실습 자재비 등을 이유로 등록금 일부 환불 또는 그에 상응하는 다른 대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특히 실습비가 포함되어 비교적 높은 등록금을 납부하는 실습 관련 학과의 불만이 거세다. 지난 2월 11일 공고된 대구대학교 2020년 등록금 회계 자금예산서(지출)에 따르면 약 1268억 원의 예산 중 약 28억 원이 실험실습비에 쓰인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에 실습 학과 학생들은 자신이 납부한 실험실습비의 상세한 사용 내역 공개와 함께 비대면 수업으로 인해 사용되지 않은 일부 실습비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대학 등록금 관련 자료를 좀 더 상세히 관찰하여 등록금 일부 환급 주장의 주된 근거와 정당성을 파악하고자 대구대학교 홈페이지의 사전 정보 공개 자료 중, 등록금 관련 자료를 살펴보았다. 하지만 해당 자료에서는 대학 등록금이 어떤 구성으로 책정되어 있는지에 대한 상세한 정보는 알 수 없었다. 결국, 이를 명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민원을 통해 정보공개 청구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보의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정보 접근의 용이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학에서는 FAQ 게시판을 적극 활용하고, 주요 질문사항에 대한 주체적인 답변을 제시해야 한다. 학생들의 지속적인 등록금 환불 요구에 대학에서는 “전체의 학교 예산 중 80%가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는 상황이고, 그 금액이 상당히 크기에 비용 조정에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중한 논의를 통해 추후 공지하겠다.”라는 답변을 주었다. 이에 학생 측은 충분한 사전 자료 파악과 객관적인 비판을 통해 우발적이지 않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권리 요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어 보였다.

  대학 수업의 1차 목적은 ‘학습’에 있지만, 성적 평가에 대한 문제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현재 비대면 강의에 이은 비대면 시험 진행에 일각에서는 형평성과 변별력의 확보가 어렵지 않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4월 말에서 5월 초의 기간에 치러진 중간 평가를 온라인 시험 또는 대체 과제 제출로 대신했다. 실제 비대면 평가 과정에서 인하대학교 의과대 1학년에 개설된 5학점짜리 수업 ‘기초의학총론’ 시험에서 집단 부정행위가 적발되기도 했다. 해당 수업을 수강하는 1학년 학생 50명은 지난 4월 11일 치러진 온라인 시험에서 5명 내외로 팀을 꾸려 답안을 서로 공유했다. 인하대학교 상벌위원회에서는 해당 학생 모두의 평가 점수를 0점 처리하고 사회봉사를 함께할 것을 지시했다. 하지만 처벌 강도가 너무 약한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각 학생의 시험 환경과 그 주체를 알 수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조심스러운 시기, 특수한 상황이기에 달리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류성진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본인 수업의 평가 방식에 대해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면 시험 보다 시험시간을 짧게 하여 시험을 치렀다. 학생이 시험 관련 자료를 보며 시험을 볼 경우, 부족한 시간으로 인해 시험문제를 다 풀 수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온라인 중간 평가를 치른 결과, 이전 학기의 시험 결과와 큰 차이가 없었다.”라고 말하며 온라인 시험을 치르는 과정에서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또 “기본적으로 교수자들이 학생들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믿음이 쌓여갈 때 비로소 학생들과 교수 간의 심리적 거리가 줄어든다. 신뢰를 통해 장기적으로 학생과 교수자 간 믿음에 기반을 둔 건강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다가오는 대학의 기말시험은 대부분 대면 시험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기말 대면 시험을 치를 예정인 대구대학교 교무처에 의하면 “과제와 온라인 시험에만 기반한 평가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사회적으로 생활 방역의 시기로 전환하고 있는 시점에 맞춰 정상적인 삶으로 복귀를 위한 노력을 할 때라는 판단에 의한 것”이라고 공지하며 “시험 기간 중 방역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국민대학교에서는 다가오는 기말고사에 온라인 시험 감독 시스템을 도입한다. 온라인 교육, 평가 등의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에서 제공하는 ‘모니토’라는 시스템이다. 시험을 치르는 학생의 모습을 컴퓨터·노트북의 캠이나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면서 동시에 학생들의 온라인 시험 화면을 녹화할 수 있다. 단순한 대학 시험 감독을 넘어 온라인 교육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교육개념 확립의 출발점이라는 의미가 있다.

 

‘대립’이 아닌 ‘협력’의 구도로

  이러한 상황에서는 학생을 대표하는 총학생회의 역할이 크다. 대구대학교 총학생회에서는 지난 3월 4일, 대구·경북 지역 6개 대학과 협력하여 교육부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대학 지원 가이드라인을 요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냈다. 이후 학기 진행 기간에는 대학과의 지속적인 회의·협의와 함께 신속한 정보 전달을 통해 대학과 학생 간 이해관계를 해결하는 매개체 역할을 해왔다. 현재 시점에서 경산 5개 대학 총학생회장단은 “비대면 강의가 진행된 3개월 동안 등록금 전액을 납부한 학생이 누려야 할 학습권과 대학가의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며 6월 2일부터 6월 10일까지 9일간 걸어서 교육부까지 행진하는 시위를 펼쳤다.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강의 질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구대학교에서는 콘텐츠 제작이 가능한 학우를 선발하여 강의 품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안해냈다. 제작에 참여한 학생에게는 국가 근로 학생의 자격으로 일정 금액의 장학금이 지급된다. 학교 측은 보다 질 좋은 강의를 제공할 수 있고, 근로 학생에게는 장학금이 지급되기에 서로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 대구대학교 교무학사부에서는 지난 28일 ‘1학기 재택 수업 실시로 인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을 위하여 오는 2학기 수강 가능 학점을 3학점 추가 부여하고, 여름 계절 수업료를 50% 감면하겠다.’고 공지했다. 이번 학기를 마지막으로 졸업 또는 휴학을 하거나 여름 계절학기를 등록하지 않는 학생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이 아쉽지만, 학생들의 요구를 일부 수용한 교무부의 결정이었다고 본다.

  전국 각지의 대학에서는 조금씩 다른 저만의 방식으로 한 학기 동안의 비대면 강의를 마무리 짓고 있다. 전례 없는 비대면 강의에 줄지어 따라오는 어려움이 많았지만 최선의 대책을 찾아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협력의 움직임으로 학기의 도착점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둔다. 현재까지도 일각에서는 납부된 수업료에 질적으로 상응하는 강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 또한 각 입장의 이해관계를 계속하여 조율해나가고 있다는 점, 대학 비대면 수업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풀어나가야 할 문제들은 아직 남아있다. 이에 각 측은 개별 입장과 이해관계를 능동적으로 파악하고 수렴하여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으로, 대립이 아닌 협력의 구도로 남은 문제들을 해결해나가기를 기대한다. 더불어 이번 비대면 시스템 경험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의 접촉만을 추구하는 ‘언컨택트’라는 비접촉, 비대면 사회로의 흐름에 유의미한 변화 또한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제작- 대구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권기승, 김윤지, 정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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