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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랜만이다. 얼마만에 너한테 건네는 인사인지 모르겠네. 매일 너를 보며 건네던 그 인사랑은 다른 느낌이다.
 
너도 알고 있겠지만 오늘이 벌써 1000일이라고 하더라고. 시간 진짜 빠르다. 처음 너 만났을 때가 언젠지 아직도 선명한데 우리가 담긴 시간이 어느새 이렇게 늘어나 있었나봐. 그때는 이렇게 오랜 시간 너를 보고 있을지 몰랐는데, 우습다 그치. 지난 1000일이 너에겐 어떤 날들이었을지 난 잘 모르지만 분명 나한텐 나쁘지 않은 날들이었어. 가끔 욕심이 넘쳐서 널 힘들게 한 날도 있었지만 그건 어릴 때의 치기로 보고 잊어주라. 이정도 부탁은 들어줄 수 있지?
 
너를 알게 된 그 첫날부터 지금까지 나는 매일매일 속으로 수를 세아렸어. 기념일은 질색이라고 달력에 표시된 흔한 날들도 모른 체하던 내가 널 생각할 때면 불쑥 튀어나오곤 했던 거야, 그 기다린 숫자들이.
 
아마 너는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매번 조용하던 내가 왜 1000일은 챙기는지. 그래도 있잖아, 기다리는 건 질색이던 내가 이 긴 시간을 기다렸으니까 오늘 하루쯤은 괜찮지 않을까?
 
우린 너무 어릴 때부터 함께라서 처음엔 널 그저 친구로만 생각했는데 언제부터 내 마음이 돌연변이가 됐는지 모르겠어. 문득 돌아봤을 때 내 프레임 속엔 네가 있더라고. 웃기지? 네가 넘어져서 울던 때부터, 처음 교복을 입고 들떴던 모습, 하나 남은 대학에 붙어서 울던 모습, 대학에서 처음 연애하던 모습, 첫 이별에 집밖으로 나오지 않던 모습, 취업이 어려워 우울해하던 모습, 면접에 붙어서 기뻐하던 모습, 야근하고 와서 지쳤던 모습. 어떻게 보면 사소하고 평범한 그날들을 나는 다 기억하고 있었어. 정말 누구에게나 있는 그런 날들이지만 내게는 네 모습이라서 너무 특별했어. 난 참 운도 좋아. 너의 한 순간도 놓치지 않을 수 있었잖아.
 
너의 모습을 감은 눈에도 그릴 수 있을 때부터 나는 천천히 마음으로 셌어. 너를 처음 만난 날이 아니라 네가 내 눈 속에 조용히 자리잡은 그날부터 말이야. 네가 나랑 알고 지내던 시간에 비하면 택도 없는 수지만 내겐 의미없이 흘러갔던 지난 몇 천일보다 오늘까지의 1000일이 훨씬 값지고 소중했어.
 
이런 날이 올거라고 매번 생각은 했었는데 이렇게 눈 앞에 펼쳐지니까 내가 매일 상상하던 것보다 더 좋아보여. 웃는 네 모습이 너무 환해서 나는 보고만 있어도 널 따라 같은 꿈결을 걷고 있는 것 같아. 매번 너로 인해 이런 느낌을 느껴. 고마워.

아마도 우린 앞으로도 이렇게 사이 좋게, 행복한 서로의 모습을 보면서 지낼 수 있을 거야. 그러려면 내가 더 노력해야겠지. 너에게 슬픈 모습은 절대 보여주지 않을게.

있잖아, 꼭 행복해야 해. 알겠지? 그래야 나도 계속 네 앞에서 가면이라도 쓸 수 있으니까.

네 모습은 모두 영화처럼 보였어. 그래서 이 영화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바라는 관객 중 한 명이었어, 나는.

말이 너무 늦었지? 계속 말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제 용기낼 수 있을 것 같아.

결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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