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생각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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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바른정당의 유승민 후보가 문재인 후보에게 했던 말이 기억난다. “북한이 우리의 주적입니까?” 라는 질문에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답했다. 이것을 보고 개인적으로 잠깐 ‘북한은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라는 고민을 해보았다. 유승민 후보의 말 대로 국방백서에 명백하게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과의 관계 개선과 함께 통일을 목표로 나아가는 것 또한 대한민국과 역사를 물려받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북한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어떨까? 아마 주위 사람 몇몇에게만 물어도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정적 인식이 팽배할 것이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6·25전쟁과 그 때 부터 시작해서 현재까지도 여전히 진행 중인 군사적 도발, 독재와 공산주의에 대한 반감, 사회적 분위기 등 우리나라 대부분의 사람들 특히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가지고 주적으로서 생각하는 의식이 만연해 있는 것이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 이런 부정적 인식체계가 잡혀 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나 언론에서 말하는 북한 사회의 실상과 그들의 정보들은 이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선입견과 함께 좋게는 해석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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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질문을 하나 던져보면, 과연 우리가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들이 정말일까? 어쩌면 우리가 가진 특정한 선입견에 의해 언론과 정치인들이 의도한대로 이해하고 해석하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심을 해볼 수 있다. 이런 의심과 고민 속에서 <선을 넘어 생각한다>라는 책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박한식 교수가 쓴 책인데, 이 교수는 북한에 오랫동안 살기도 하였고 국내에 누구보다 북한에 대해서 잘 알고 경험한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1970 ~ 80년도에 이 책을 읽으면 국가보안법으로 잡혀갈 수 도 있겠다는 재밌는 생각도 했지만, 현 상황에서 북한에 대한 바른 이해와 여태껏 우리가 북한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들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게 되어 참 유익했던 것 같다. 책에서 말하는 몇 가지 핵심만 함께 나누고 나의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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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나오는 탈북민들은 진짜 믿을 수 있는 사람들인가?”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씩 탈북민들이 방송 프로그램에 나와서 북한 체제에 대해서 비판적인 얘기를 하고 자신의 탈북과정을 얘기하면서 방송은 자연스럽게 북한은 ‘살 곳이 못되는 나라’, ‘인권이 보장되지 않는 나라’로 시청자들에게 프레임을 씌운다. 이 프로그램을 본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북한에 비판적 시각으로 바라볼 것이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부정적 견해를 더욱 공고화 시킬 것이다.

모든 문제는 어쩌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일 수도 있다. 물론 그들이 말한 스토리와 사실들이 거짓말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100% 사실이라고도 볼 수 없다. 방송이란 결국 공익을 위함이고 시청자들을 의식한다. 그리고 탈북민들 또한 대한민국 사람들이 무엇을 듣기 원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하면 그들의 말들이 각색되고 과장되었을 수 있다는 부분에 있어서 완전히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치적 이용과 선전선동의 의도들도 간과하지 못할 부분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들의 이야기를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이것들에 의해서 내 생각이 완전히 지배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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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북한에 막대한 현금을 지원했다는 것이 사실일까?”

 

뉴스나 신문 혹은 남북관련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보면, 아마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보수 측 정치인들은 노태우·김대중·노무현 정부가 북한에 지원한 막대한 현금들이 그들의 민생과 생활환경을 개선시키지는 못하고 북한 핵 개발하는데 사용되었다는 주장을 한다. 정말일까? 말은 일리가 있다. 현재에도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은 잘 못 먹고 가난한 나라이고 주구장창 핵 실험과 미사일 도발만 해온 것이 사람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기에 그들에게 더욱 설득력 있고 근거가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다르다. 정부든 민간차원이든 현금을 직접적으로 전달해준 것은 없고 비료, 식량(콩·두유 등),비상식량, 비상 의약품, 농업개발을 할 수 있는 것들 무상으로 지원해주었다. 국민 모두가 이런 사실을 알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보수 측 정치인들과 보수 언론사들은 위와 같은 담론을 펼쳐서 북한에 대한 정책의 인식을 저하시킨다. (책 119p ~ 125p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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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정말 북한의 핵 폐기를 바라고 있는 것일까?”

 

남북관계와 정책 측면에서 평가를 한다면, 명백히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개선을 위해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심지어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공단마저 폐쇄하였다. 그 만큼 지난 9년간 한국은 북한에 대해 폐쇄적인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앞서 말한 노태우·김대중·노무현 그리고 현재 문재인 대통령까지 지속적으로 남북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고 노력하고 있다. 특별히 이번 정부는 2018년 4월 김정은과 판문점 선언을 통해 통일에 한 발 다가서기도 하였다. 그런데, 북한의 비핵화와 통일은 남한과 북한만이 논하고 해결해야할 문제가 아니다. 그 중심에는 미국이 있다.

북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개선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번 정부가 들어서고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문재인 대통령은 조정자·조력자 역할을 감당하였다. 이미 1·2차가 이루어졌고 3차 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둔 채로 진행되고 있다. 사실 1·2차 회담의 결과는 우리에게 실망을 가져다주었다. 쉽지 않은 문제임을 느낄 수 있었다.

북한은 왜 핵을 개발하려고 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핵을 통해 국제사회에 북한이라는 국가를 알리고 고립탈출과 생존투쟁과의 이해관계에 얽혀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북한은 미국에게 핵을 단계적으로 제거할 테니 너희도 단계적으로 제재를 풀고 체제를 보장할 것을 얘기한다.

하지만, 미국 그리고 현재의 트럼프 대통령이 가지고 있는 핵에 대한 인식은 조금 다르다. 일단, 트럼프는 역대 미 대통령 중에서 손에 꼽힐 만큼 독특하다. 그는 미국 우월주의에 빠져있고 경제적 이익을 매우 중요시 여긴다. 이 두 가지 성격은 이미 임기 초 미·중 무역전쟁을 통해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또 그는 기독교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다. 이런 인식은 결코 북한과 평화적 협정을 맺을 수 없다. 전 미국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이 리비아식 핵 폐기(선 폐기 후 보상)를 주장한 것처럼 이미 그들은 패권주의적 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혀있다. 물론 트럼프가 이런 협상은 진전이 없다며 볼턴을 해고하고 다시 북미간의 대화를 시도했지만 여전히 진전은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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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비핵화와 통일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박한식 교수는 여태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북한에 접근해야한다고 말했다. 그것은 변증법적 접근이다. 북한과의 동질성을 추구하며 따지는 것이 아니라 이질성을 포용·이해하며 서로 맞추어 가야한다는 것이다. 즉, 정과 반을 통해 합을 도출시키는 것이다. 또 한 가지로 인내심 있는 협상이 북한의 핵 폐기를 위한 중요한 전제라는 것도 언급했다.

마지막으로 좀 더 넓은 시각에서 북한의 문제를 바라보자고 얘기했다. 결국 비핵화는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다. 평화를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를 넘어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함께 가야한다는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핵 보유 국가들이 꼭 가졌으면 하는 이상적인 생각이다. 결국 핵이라는 것이 결코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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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은 할 수 있을까?”

 

아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을 묻는다면 예상컨대 50:50이 나올 것 같다. 그리고 이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 것이라고 확신한다. 사람들에게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물으면 한국 사회가 상당부분 개인주의화 되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우리는 잘 살고 있는데, 북한을 왜 포용해야 할까?’, ‘만약 통일을 하게 된다면 비용을 어떻게 하냐? 결국 우리가 세금을 더 내야하지 않나?’, ‘통일을 하면 우리에게 이익이 있기는 한 것이냐?’ 등의 의견들이 존재할 것이다. 이것 또한 북한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 인식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박한식 교수는 핵 문제와 남북문제를 따로 보고 통일 문제를 접근해야한다고 했다. 사실 이 말이 확실히 이해는 되지 않지만, 연결된 문제가 아니라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어찌되었든, 나는 통일은 소망하면서도 여전히 ‘통일은 정말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살아간다. 왜냐하면, 북한을 여전히 죽일 놈들이라고 생각하는 그리고 생각하게끔 만드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만 봐도 알 수 있다. 정치인의 친북적인 아주 경미한 행동과 발언에도 틈 만나면 종북 세력, 빨갱이, 주사파 등의 과장되고 일반화적 표현들을 사용한다. 이런 발언들을 사용하는 자주 사용하는 것 자체가 이미 북한에 대해 비판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또 재밌는 것은 결국 북한과의 통일을 위해서는 친북이어야 한다. 북한과 관계가 개선되어야 통일을 하든 말든 할 것이 아닌가. 하지만 여전히 친북은 우리 사회 안에 빨갱이로 공산주의자로 김일성 주체사상파로 인식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에 있다.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 ‘신뢰는 대화의 전제조건이 아니다. 신뢰는 대화의 결과이다.’ 통일을 위해서는 분명 국가 간의 신뢰가 필요하다. 그리고 신뢰는 대화를 하게하는 것이 아니라 대화로서 나타나는 결과인 것이다. 즉, 대화를 계속함으로 서로 간의 신뢰가 쌓인다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그것을 반대로 생각하여 한 두 번의 만남과 대화로 엄청난 진전을 바라는 것 같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북한이 돌아서면 그들을 욕한다. 안타깝다.

이것이 앞으로 남과 북이 해나가야 할 방향이자 과제인 것 같다. 통일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을 초월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언젠간 지난 9년의 공백기가 또 발생할 것이다.

 

 

책의 내용이 방대하고 모든 것을 얘기할 수 없기 때문에, 책을 읽고 기억에 남는 부분들만 기존의 나의 생각과 함께 정리를 했다. 처음에도 얘기했지만, 북한에 대해서 바른 이해와 진실을 알 수 있게 되어 유익했다. 그런 점에서 책의 이름도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선을 넘어 생각한다>... 우리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편견이라는 선을 넘어 38도선 넘어에 있는 우리의 또 다른 나라와 국민들을 함께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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