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 혼자서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를 보러 갔다. 이 영화는 다루기 조심스러운 부분을 다뤘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어떻게 보면 여성의 대부분이 겪어온 삶을 그려냈다고 할 수 있다. 이 영화는 여성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영화이지 여성을 멋있게 그려내고 남성을 깎아 내리는 식의 영화가 아니다. 그리고 우리의 사상도 그래야 한다. 여성의 인권을 보장하고자하는 뜻이 있는 페미니스트들도 여성의 인권을 남성보다 올리고 그들을 끌어내리겠다는 것이 아니다 또한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들을 박탈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 네이버 영화

처음에는 <82년생 김지영> 이라는 소설이 영화 화 된다고 했을 때 기대도 했지만 걱정도 있었다. 우리는 바라지도 않은 남성혐오적인 부분이 나오지는 않을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다행이 영화에서는 그런 부분은 단 한 부분도 나오지 않았다. 여기서 나오는 김지영의 남편은 그저 잘해내고 싶은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그러나 아직 잘 모르기에 미숙한 부분이 보이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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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각자 자기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고 서로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서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란 것이 분명히 존재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여성과 남성을 떠나 타인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김지영은 이 현재 사회에 깊게 자리 박힌 시스템 속을 살아가는 여성이다. 같은 여성이라고 해도 자라온 환경이 달랐기에 공감되는 부분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공감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이 없었던 일은 아니다. 분명 어딘가에는 존재하는 현실이다.

나는 82년생일 김지영보다 어리고 그녀가 겪은 일 보다 아직은 겪지 않은 부분도 있고, 시대가 바뀌었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겪은 것이 없는 것도 아니고 김지영이라는 인물보다 한참 덜 겪은 것도 아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입에 자주오르내리는 부분이 있고 걱정해야 할 부분이 있다. 시스템이 그렇지 않았다면, 또 사회인식이 조금 달랐다면 별 걱정이 아닌 문제 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깊게 뿌리내린 인식들이 더 예민하고 더 조심스럽게 만들어버린다.

영화에서 대현(김지영의 남편)의 남자 직장동료는 육아휴직을 내기 두려워한다. 육아 휴직을 사용한 후 복귀하여 회사에서 눈치를 받고, 승진이 되지 않고, 그러다 자신의 데스크가 소리 없이 사라질까봐 두려워하는 다른 대리처럼 될까봐. 하지만 여성의 승진에 제약이 사라지고 월급의 격차가 줄어들어서 경제 활동이 활발해 질 수 있다면 가족을 부양하는 것이 남성의 일이라는 부담감은 사라질 테고 여성이 가족을 부양한다는 것을 누가 이상하게 볼 수 있을까? 또 육아휴직을 쓰는 부담감도 조금씩 줄어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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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극중 남동생들 공부를 시키기 위해 공장에 나가야 했기에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루지 못했다는 김지영의 엄마와 우리 엄마의 이야기가 너무 닮아있었다. 영화를 보면서 나의 여자인 친구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부모님께서 친구의 오빠는 대학을 보내줬지만 친구는 대학에 보내주지 않았다. 여성이라는 이유가 컸다. 내가 아닌 내 주변의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이런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 눈물이 났다. 영화를 보면서 내가 겪은 일은 아니지만 공감으로부터의 눈물이 쏟아졌다. 이 영화는 ‘김지영’이라는 특정 인물만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우리 엄마의 이야기이자 내 친구의 이야기이자 또 모든 딸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옛날에 비하면 여성의 인권은 아주 많이 나아진 편이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다. 비교의 대상이 비정상적 이었던 옛 기준에 맞추어서 현재를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는 일이다. 그냥 다 같이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드는 것이 그렇게도 어려운 일인지 하는 생각에 안타까웠다. 모두가 관심을 가져줘야 바뀔 수 있다. 한쪽 손만 휘두른다고 박수 소리가 나지 않는 것처럼 양성평등을 소망하는 우리의 소리에 응답하는 사람이 있어야 세상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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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를 보고 많은 부분에서 느끼는 점이 많았고 뜻 깊은 영화가 나온 것 같아 좋았다. 여성인권의 평등화라는 것이 한쪽의 발버둥이 아닌 모두의 한걸음이 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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