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룽지들과 함께하는 일과 여행

▲ Ⓒ성다희

‘안녕, 오랜만이야 친구들!’

 얼마 전 나는 누룽지로 함께 활동했던, 가장 아끼고 좋아하는 대학 친구들과 수성 못에 위치한 야외음악당을 다녀왔다. 따듯하고 하늘이 티끌 하나 없이 맑았던 5월이었다. 맥주를 한 잔씩 들고 주변 사람들과 가족들의 행복한 표정을 안주 삼아 마시니 더 없이 행복하였다. 단순히 아무 것도 하지 말고 편안하게 놀자고 왔던 우리는 이 날도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었다. 일종의 습관이라고나 할까. 나는 카메라를 챙겨오지 못해 아쉬운대로 휴대폰 카메라를 키고 사진을 찍기 위해 고개를 들자 유튜브 촬영을 위해 장비를 꺼내는 다희 언니의 모습을 보고 공감 어린 웃음이 났다. 또한 문득 웹 드라마를 함께 찍던 우리의 옛 모습이 떠올랐다.

 

▲ Ⓒ김민지 (누룽지 필름 로고)

‘열정 넘치던 우리의 만남’

 우리의 프로젝트는 3년 전 추웠던 11월 겨울 학교 근처 고기 집에서 시작됐다. 여느 날처럼 고기를 굽고 익기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고 우연치 않게 웹 드라마가 흘러나왔다. 문득 그것을 보고 있자니 왠지 찍을 수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느꼈고 마음 맞는 친구들이 모여 함께 웹 드라마 한 편을 완성해보자는 약속을 한 것이 우리의 시작이다. 그 후 우리의 팀 이름을 ‘누룽지 필름’이라 정하고 (우연치 않게 받았던 사탕들 중 누룽지가 가장 눈에 띄어 정하게 된 것이 이름의 정하게 된 계기이다,) 우리의 스타일을 녹여낸 웹 드라마를 만들어 내기 위해 3개월 동안 탄탄하게 준비하였다. 그 중 나는 메인 작가를 담당하게 되었고 우리 친구들과 있는 이야기를 마치 가족의 이야기로 녹아내어 ‘가졳 같은 가족’이라는 웹 드라마를 써내려갔다.

 지금 생각하면 불가능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는 열정이 넘쳤고 그 열정으로 장소 섭외, 도배, 배우 섭외 등 하기 힘든 것을 누구의 지시도 아닌 스스로 찾아내서 일을 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우리는 무려 10회라는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2주마다 제작해서 우리의 SNS 계정에 올렸고 이를 통해 누룽지 필름을 학과를 넘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었다.

 작품을 찍으면서 몸살에 걸려 응급실에 가기도 하고 일정에 차질이 생겨 당황하기도 했으며, 서로 예민해진 탓에 사소한 다툼에도 심하게 감정이 상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는 이유는 이 괴로움들이 서로 간의 약속을 지키고 이뤄내고자 했던 공동의 목표지향성과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난 이 경험을 시작으로 나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가장 소중한 존재가 나의 동료이자 친구라는 확신이 들었다. 또한 이 생각은 나뿐만 아니라 함께 했던 모든 친구들이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전재연

‘열심히 일한 자, 놀아라!’

 그렇기에 우리는 열심히 제작한 스스로에게 선물을 주기 위해 3박 4일 제주도 여행을 기획했다. 각자 2학년 여름 방학 초부터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여 모은 돈으로 숙소와 택시를 예약하고, 여행 계획을 짜며 떠날 그 날만을 기다렸다. 그리고 무더워 아지랑이가 일렁이던 8월 말, 우리는 제주도로 떠났다. 저녁 비행기로 떠났던 우리는 밤이 돼서야 도착하였고 장을 본 후 첫 날부터 숙소에서 캠프파이어를 하였다. 다들 잠옷으로 갈아입고 편안하게 먹는 고기의 맛은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다음 날, 본격 여행을 시작한 우리는 더럭 분교, 한라산 등 아름답고 좋은 명소들을 많이 들렀다. 웹 드라마 제작을 시작으로 뭉친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도 어김없이 좋은 영상 하나를 뽑아내고자 2대의 카메라를 챙겨가 많은 사진과 영상을 찍었다. 여행 중간 중간 우리의 모습과 푸른 제주의 생기를 함께 담았고 아직도 나의 사진첩에는 그 날의 여운이 담겨있다. 또한 우연찮은 행운으로 택시 가이드님을 너무나 잘 만나서 우리가 알지 못했지만 좋은 카페나 사진 찍기 좋은 관광지 등 많은 곳을 데려다주어 우리의 영상은 더욱 싱그러운 배경으로 만들어졌다.

 나는 제주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곳을 꼽으라하면 단연 세화 해변이라 할 수 있다. 폭염주의보가 울릴 만큼 햇볕이 너무 뜨거웠던 제주는 우리를 너무 힘들게 했다. 그런데 세화 해변의 시원한 바닷바람과 파도는 더위를 싹 지워주는 느낌이 들었고 바다의 푸른 수평선을 보고 있자니 학기 중 있었던 스트레스들이 한 번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지금도 완성된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 당시의 기분과 행복이 다 느껴지는 듯하다. 그만큼 나에게는 너무나도 뚜렷하고 행복했던 여행이었다. 일을 떠나 여행으로 만난 친구들은 더욱 각별했고 돈독했다.

 

▲ Ⓒ김민지

‘더 큰 곳으로 가보자!’

 두 명의 친구가 휴학을 한 후 서울에서 일을 하였고 남은 우리는 학과 생활로 바쁜 나날들을 보냈다. 간간히 연락을 하였지만 얼굴을 보기가 힘드니 보고 싶은 마음은 점점 더 커져갔다. 그렇게 바쁜 나날 속 한 통의 메시지를 받았다. ‘우리 국내 말고 이제 해외로 가보자!’ 재연이의 메시지였다. 하지만 이 연락을 받은 나는 조금 두려움이 있었다. SNS나 주변에서 흔히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해외에 가면 싸우거나 심하면 절교하니까 되도록 해외여행은 피해라,’라는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미 제주도 여행에서 싸우지 않고 재밌게 즐겼던 친구들이기에 크게 걱정을 하지 않으려 했지만 친구와 한 번도 해외를 가본 적이 없던 나는 소중한 친구를 잃을까하는 두려움이 자꾸만 들었다. 하지만 걱정과는 다르게 여행지를 선정하는 것부터 여행을 계획할 때, 여행하는 동안, 여행한 후에도 우리는 한 번도 다투지 않았다. 오히려 해외를 나가서 서로를 더 챙기고 먼저 양보하는 등 더욱 돈독해짐을 느꼈다.

 제주에서의 3박 4일 여행으로는 시간이 너무 짧았던 우리는 일본이라는 여행지를 선정하고 4박 5일을 계획했다. 편하게 휴식하고 오자는 초기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번에도 어김없이 우리는 예쁜 사진과 영상을 위해 2대의 카메라를 가지고 여행을 갔다. 카메라를 챙기면서도 ‘정말 이 멤버들이 모이면 뭐라도 만들어내려고 하는구나, 이 버릇 어디든 못 고치겠네.’라는 생각과 함께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이 역시 우리 여행만의 묘미가 아닌가 싶다.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내리자 말자 대화는 ‘다음에는 어디 갈까?’였다. 우리들의 여행은 끝나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다.

 

▲ Ⓒ전재연

‘다음은 어디에 갈까?’

 다음 학기가 되면 어떤 친구들에게는 마지막 학기가 될 것이고 다른 친구에게는 복학의 설렘이 느껴지는 학기, 또 다른 친구에게는 적응된 학기가 될 것이다. 즉, 우리가 학교를 다니면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다음 학기가 마지막이다. 또한 우리들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렇기에 새로운 여행 장소를 정하려고 한다. 일종의 환영 겸 송별 여행이라고나 할까? 현재 함께 얘기하고 있는 곳은 포항, 통영, 거제 등 다양한 곳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디를 가던 재밌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는 것이다. 이 친구들과 함께라면 작품을 하던, 여행을 하던 무엇이던 즐겁고 뿌듯할 것이다. 비록 나의 대학 시절 여행은 끝나가지만 친구들과 함께 하는 여행은 여전히 진행 중이고 앞으로도 끝나지 않을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사진들을 보고 있자니 친구들이 보고 싶어진다. 다음 여행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 해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며 이만 글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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