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토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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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시즌이 막 시작될 즈음 한화이글스 이용규 사태(이하 ’이용규 사태‘)가 발생했다. 이용규 사태는 이미 FA계약을 완료했음에도 팀에 트레이드를 요청한 일이다. 이는 선수의 기본적인 ‘도덕성’에 큰 흠집을 남겼다. 계약이 성사된 것을 인정하지 않고 타 팀으로 이적 시켜달라는 말이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용규는 이런 선택을 하게 됐을까? 감독과 코칭스태프 간의 불화, 타선 조정에 대한 불만 등 다양한 추측을 남겼다. 이 중에서 설득력 있는 것은 타선 조정에 대한 불만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화이글스 한용덕 감독은 올해 초 이용규의 타선 조정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이용규는 빠른 발과 볼 컨텍 능력으로 정평이 난 선수이다. 줄곧 1번 타선을 유지했는데 9번으로 옮기려 했다. 이것이 불만이라는 것이다.

추측컨대 타선 조정에 불만을 갖는 것은 ‘연봉옵션’과 관련이 있다. 연봉옵션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9번 타선보다는 1번 타선이었을 때 옵션을 충족할 확률이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 FA계약을 성사할 당시만 하더라도 올 시즌도 당연히 1번 타선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타선 조정이 현실화 된다면 연봉옵션을 충족할 수 없게 돼 계획이 틀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 ⓒ국민일보

현재 이용규는 구단으로부터 ‘무기한 활동 정지’를 받은 상태이다. 구단이 내릴 수 있는 징계 중 가장 높은 징계를 받았다. 경기를 뛸 수도 없고, 타 구단으로 갈 수도 없으며, 사실상 야구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이용규 사태가 불거지고 ‘연봉옵션’ 공개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팬들은 선수의 연봉 총액에 대해선 알 수 있으나, 세세한 연봉옵션은 알 수가 없다. 그렇기에 구단이 무리한 요구를 했는지 아니면 선수가 무례한 행동을 했는지 판단하기 힘들다. 연봉옵션이 공개돼 있다면 이러한 점을 한 눈에 판단할 수 있다. 적어도 구단이 무리한 요구를 하기 어렵고 선수도 무례한 행동을 할 가능성이 줄지 않을까 생각한다.

반론도 있다. 연봉옵션이 낱낱이 공개되면 선수들 간의 위화감이 조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동일한 포지션을 하는 선수들 중에 누구는 얼마를 받고, 누구는 얼마밖에 못 받는다 한다면 팀 사기가 저하됨은 물론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얼마 이상 주지 않으면 경기를 뛰지 않겠다는 선수들도 나올 수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5년 프로야구 원정도박 사건으로 안지만의 연봉옵션이 공개된 사례가 있다. 옵션의 종류는 세세했고 구체적이었다. 프로야구가 연봉거품이라는 오명을 듣고 있는 시점에서 선수들의 연봉옵션을 공개하면서 시장의 안정화를 꾀하는 것도 구단과 선수 모두에게 좋은 방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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