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백'을 보고

 

 나는 아동학대에 대해 단 한 번도 깊게 생각해 본적이 없었다. 내가 직접 겪었다거나 학대의 경험이 있는 주변 친구들이 없었던 탓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가르치는 훈육의 한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생각한 학대의 정도는 아이들이 큰 잘못을 했을 때 부모님들이 회초리를 드는 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 정도의 처벌은 할 수도 있지’라고 가볍게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이와 관련된 많은 통계자료와 뉴스를 보면서 내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심한 일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느꼈다. ‘미쓰백’이라는 영화 또한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준 영화중 하나였다.

 

  ▲ ⓒ네이버영화

 

 ‘여자판 아저씨’ 내가 이 영화를 보기로 결심하게 해준 평가였다. 아저씨라는 영화가 굉장히 재밌기도 했고, 내가 겪어보지 못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느와르나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나에게 이러한 평가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래서 처음 영화를 접할 때 문제의식보다는 내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에 초점을 맞추고 관람하기 시작했다.

 미쓰백은 아동학대를 겪고 자란 ‘백상아’(한지민)라는 인물이 자신의 과거와 비슷한 모습을 한 ‘김지은’이라는 어린아이를 만나면서 느끼는 감정과 심리적 변화를 그려낸 영화다. 처음에는 백상아와 그녀를 도와주는 경찰 ‘장섭’(이희준)이 힘을 합쳐 불법적인 단체와 싸우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액션보다는 우리 주변에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이야기. 사회 전반의 거창한 문제를 다루기보다 한 가정에서 일어나는 아동학대를 주 내용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래서 좀 더 호소력 있었고, 내 마음에 와 닿았다.

 이 영화에서 가장 강조되는 감정은 ‘연대의식’이다. 백상아는 아동학대를 당하고 있는 지은이를 보며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다. 비정상적인 가정환경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버림받고 자란 자심의 모습과 굉장히 닮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변변치 않은 현재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며 외면하려고 애쓴다. 아이를 키울 여력이 없을뿐더러 궂은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자신처럼 살아가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자신도 결국 아이를 포기하고 버리게 될까봐. 자신이 겪은 상처를 그대로 지은이에게 남겨주게 될까봐 걱정한 탓일 수도 있다. 결국 그녀는 지은이를 지켜주기로 결심하고 장섭과 그의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는 길을 택한다. 지은이가 그녀를 믿고 의지했을 뿐만 아니라 백상아 또한 지은이에게 아동학대라는 연대의식 속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희망을 찾았기 때문이다.

 

  ▲ ⓒKOSIS

 

 최근 아동학대의 횟수와 그 정도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훈육의 정도를 넘어서 그냥, 재미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분노 표출의 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아동학대는 미래의 똑같은 아동학대를 낳는다는 점이다. 자아 정체성을 형성해야할 중요한 시기에 억압과 폭력을 경험하게 된다면, 제대로 된 사회화를 기대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커서 부모가 되었을 때, 자신이 겪었던 과거를 그대로 반복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고 단절하는 것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니 집 없는 아이들이 갈만한 곳이 주변 노래방보다 적다는 게 말이나 돼?” 영화 중 창섭이 없어진 지은이를 찾으며 하는 말이다. 우리 주변에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사회적 문제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될 때가 아닐까. 

 

 

 

 

 

 
저작권자 © MC (엠씨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