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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해군 8년, 역모의 소문이 흉흉하니 임금께서 은밀히 이르다. “닮은 자를 구하라. 해가 저물면 편전에 머물게 할 것이다. 숨겨야 할 일은 조보에 남기지 말라”

조선왕조실록 광해군일기에 적힌 일부 내용을 바탕으로 광해군이 자신의 대역을 세웠었다는 설정으로 당시 관람객 12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에 성공했던 영화 <광해>. 사실 광해군을 떠올렸을 때 대부분 연산군과 함께 부모형제를 죽인 무자비한 폭군으로 떠올릴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광해군은 기득권 세력보단 백성을 위한 정치를 했던 성군의 면모도 있었다. 그래서 이 영화는 광해군을 여타 권력자로서의 광해군과 백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었던 광해군 두 모습을 진짜와 가짜 두 명의 인물로 분리하여 그려냈다.

▲ 출처- 네이버 영화

재임 당시 광해군은 밥을 먹던 중 자신이 들던 은수저의 색이변한 것을 보고 암살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 자신과 똑 닮은 대역 하선을 세운다. 하지만 왕이 되기 위해 어렸을 때부터 엘리트 교육을 받으며 자라왔을 진짜 광해와 달리 제대로 배우지도 못한 최하층민으로 자란 하선이 제대로 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처음에는 도승지가 시키는 대로만 하는 꼭두각시노릇만 하다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대신들에게 호통을 치는가 하면 수랏간 나인들을 위해 끼니를 팥죽으로만 때우는 장면에서 진정한 왕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하선의 이러한 자신보다 낮은 사람들의 고통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나누는 모습을 통해 신하들이 하선이 가짜임에도 불구하고 진짜성군으로 받아들인 이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조선시대건 현재건 권력을 가진 사람으로서 백성들에게 베풀었던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본인들의 사익을 취하는 것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 참 많다고 느꼈다. 아무리 왕이 되기 위한 엘리트 코스를 거쳤다 해도 곱게 닦아놓은 엘리트코스만 거친 사람들이 진정 백성들에게 공감하고 또 그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수 있을까. 굶어보지 않은 사람이 배고픔을 알 리 없다. 그런 사람들은 절대 민중을 위한 정치를 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정치란 소수의 권력을 위해서가 아니라 다수의 백성들을 위해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출처- 네이버 영화

또 이 영화의 성공요인으로 배우 이병헌의 신들린 1인2역 연기도 한몫했다고 보는데 진짜 광해와 가짜광해를 발걸음과 말투, 분위기, 심지어 억양까지 완전히 다르게 연기하며 두 사람을 철저히 분리시켰다. 이제는 이병헌이 아닌 광해군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이다.

영화 <광해>는 무릇 진정한 정치와 권력자의 자세란 무엇인가와 또 결국 옳은 정치를 만드는 것은 특정한 개인이나 기득권층이 아닌 백성, 즉 민중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사뭇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영화라 너무 무겁게 풀어가기만 한 게 아니라 적당한 유머코드와 러브라인도 가미되어 있어 보는 즐거움도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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