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간의 이태리

얼마 전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에 화재가 일어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세계적으로 귀중한 유산이 불에 타는 모습을 보니 다른 나라의 문화재이지만 가슴이 아팠다. 마치 우리나라의 숭례문이 전소되었을 때 같았다.그 기사를 읽고 있는데 문득 내가 보았던 유럽의 풍경이 스쳐 지나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는 추억을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해주었다.

2015년 3월. 입대 전 나는 친구와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각자 겨울방학 동안 일을 한 뒤 보름간의 일정을 가지고 이태리로 출발했다. 가까운 해외는 몇 번의 경험이 있었지만 유럽은 처음이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비행기에 올랐다. 모스크바를 경유하여 한참을 기다린 뒤 로마에 도착했다. 각 나라마다 공기의 냄새들이 다 다른데 로마의 공기는 밤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산뜻한 냄새가 났다. 들떠있는 기분 탓인지도 모르지만 첫 발걸음부터 설레었다.

처음 여행을 계획할 때 각 나라마다 중요한 관광지들만 구경하고 여러 나라들을 다 돌아볼지, 한 나라에 여유롭게 머물며 구석구석 다녀볼 지가 고민이었다. 우리의 선택은 후자였다. 보름 동안 이탈리아에 우리의 시간을 전부 할애했다.

로마는 예로부터 역사가 깊은 도시다. 중세 시대부터 전 세계에 이름을 떨칠 만큼 대국을 이루고 유럽의 문화를 선도하는 주자의 역할을 했다.

보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았고 봐야 할 것들도 너무 많았다. 로마에서 우리는 일주일을 보냈는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도 많았고 차이도 많았다. 외국인들도 아침이면 대중교통이 가득 찰 만큼 많은 사람들이 껴서 출근하는 모습이 마치 우리나라를 보는 것 같았다. 로마에는 광장이 엄청 많았는데 광장들마다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도시와 예술이 함께 공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주간조선-조선일보

 

로마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보았던 건축물은 콜로세움이 아닌 판테온 신전이었다. 콜로세움은 미디어를 통해 많이 접해보았기 때문에 익숙했지만 판테온 신전을 처음 보았을 때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아름다운 외관도 물론이지만 내부로 들어갔을 때 한가운데 구멍이 뚫려있는 돔 형식의 천장은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건축 디자인이었다.

로마에는 일주일을 머물면서 광장에서 여유를 즐기기도 하고 공연을 하는 사람들도 많이 구경했다. 로마 안에 있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나라인 바티칸도 다녀왔다. 바티칸은 시티투어를 신청하여 다녀왔는데 상세한 설명과 관람 포인트들을 잘 이야기해주기 때문에 바티칸을 가볼 예정인 사람들에게는 꼭 추천을 해주고 싶다. 시스티나 성당에 들어갈 땐 천지창조를 본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미켈란젤로의 역작이라고 불릴 만큼 거대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내 눈에 담을 때의 희열감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 ⓒdepositphotos

로마에서의 여유로운 일정 후 우리는 피렌체로 이동했다. 피렌체에서는 우피치 미술관을 방문했다. 책에서만 보던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을 실제로 보게 되었다. 로마에서는 그저 감탄하기 바빴지만 피렌체를 돌아보며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피렌체의 두오모 성당도 장엄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피렌체를 구경하다 바로 옆의 작은 도시인 피사도 다녀올 기회가 생겼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인 피사의 사탑도 직접 보았다.

마지막 우리의 목적지는 밀라노였다. 밀라노는 패션의 도시라고도 불리는데 이름에 걸맞은 아름다운 도시였다. 이태리 남부나 중부와는 다르게 현대적인 느낌도 강했다. 밀라노에서도 두오모 성당을 다녀왔었는데 피렌체에 있던 두오모와는 다른 건축 양식을 사용해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보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 나라를 구석구석 알아보았다. 짧게 여러 나라를 다니는 것보다 확실히 많은 것들을 얻을 수 있었다. 바쁘게 여기저기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보고 싶은 것을 보고, 하고 싶은 것을 해야 나의 여행이 좀 더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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