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와 프랙탈이론

 ‘프랙탈 이론’ 내가 국제사회에 관해 공부하며 떠올린 생각이다. 모든 역사는 반복되고, 우리 또한 역사를 답습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국제사회에 대한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미국’에 주목했다. 그중에서도 미국 각 대통령들이 선언한 독트린에 주목했다. 그들이 선언한 주장의 핵심은 무엇이며, 당시의 사회적 배경과 상황이 어땠는지를 보면 국제사회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 먼로독트린을 표현한 만화 (ⓒ 네이버 지식백과)

 미국 최초의 독트린은 1823년 주장된 <먼로 독트린>이다. 이때 당시 나폴레옹이 활약하고 있었고, 미국은 자립할 만큼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래서 미국은 분쟁보다는 먼저 힘을 기르자는 결정을 한다. 그래서 ‘우리는 해외 식민지에는 관심이 없으니 유럽은 아메리카를 간섭하지 말라’는 먼로 독트린을 선언한다.

 이후 미국은 계획대로 힘을 키우기 시작한다. 영국의 막강한 군사력을 보고 배워 가기 시작한다. 당시, 전반적으로 우수한 인종이 열등한 인종을 지배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는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래서 미국은 자신들의 영향력을 펼치기 위해 여태까지 길러온 기술력과 군사력을 동원해 탐색전을 펼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눈엣가시로 밟혔던 국가가 소련이었다. 소련은 미국과 영국을 대적할 수 있는 당시의 유일한 사회주의 국가였다. 그래서 당시 식민 지배하에 있던 많은 국가가 소련을 선망하며 사회주의 반열에 오르기 위해 노력한다. 미국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1947년, 소련의 위협을 받는 국가에 대한 경제원조와 군사지원을 해주겠다는 <트루먼 독트린>이 선언된다.

 미국의 힘은 점점 더 강해져 갔고, 국제사회에 대한 개입도 늘어갔다. 소련에 대한 확실한 견제를 위해 이제는 경제적 군사적 지원뿐만 아니라 필요하다면 미국이 직접 군대를 동원하겠다는 <아이젠하워 독트린>이 1957년에 발표된다. 이는 미국의 소련에 대한 직접적인 선전포고였다. 하지만 모든 일이 잘 풀리지만은 않는 법. 미국은 몇 차례 예상치 못한 전쟁 패배를 겪고, 이로 인해 자신들의 경제력과 군사력에 한계를 깨닫는다. 원래 게임에서 이기기만 하는 사람은 자만과 허영심에 빠져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지 않는 법인데 리차드 닉슨은 달랐다.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 분쟁에 적극적이었던 트루먼과 아이젠하워 정부의 정책을 개편하겠다는 <닉슨 독트린>을 1970년에 발표한다.

 

ⓒ Papermasters

 

 미국은 베트남 전쟁에서 패하면서 힘이 많이 약해진다. 경제력의 지표로 삼던 금괴의 양도 힘과 비례하게 줄었다. 지고 있던 빚도 상당했고 무역적자까지 나고 있었다. 이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과거 미국 정부가 저지른 비리들까지 상당수 공개된다. 미국의 최초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던 ‘워터게이트’ 사건부터 비밀전쟁까지 한 나라에서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충격을 줄 만한 내용들이 세상에 공개된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신뢰를 잃은 미국은 점점 영향력을 잃게 된다.

이 과정에서 걸프전이 발생하고 석유를 뺏길 수 없었던 미국은 걸프 지역에 대한 소련군의 개입을 허용치 않겠다는 <카터 독트린>을 발표한다. 국가적 영향력을 잃으며 소극적 자세를 취하던 미국은 걸프전을 기점으로 과거 아이젠하워 때와 같이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된다. 이후 미국에서 9.11테러가 일어나고, 이를 계기로 미국은 국방비를 늘림과 동시에 위협이 있으면 미리 공격하겠다는 <부시 독트린>을 2001년에 발표한다.

 

 ▶ 프랙탈을 표현한 나무 (ⓒ 네이버 지식백과)

 

 역대 발표된 독트린들을 읽으며 ‘세세한 내용은 다르지만 큰 틀로 보면 같은 패턴이 반복되는 것 같다’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떠올린 것이 프렉탈 이론이다. 프랙탈 이론이란 세부구조가 전체구조를 되풀이하고 있는 현상을 설명한 자연이론이다. 하지만, 이는 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역사는 끊임없이 반복되듯이, 작게 보면 이런저런 일들이 혼잡하게 발생하는 것 같지만, 보다 넓게 바라보면 사실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반복되며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는 것이다. 결국 역사는 반복되며, 모든 것에는 인과응보의 논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 화를 입기 전에 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는 이러한 미국의 사례를 던져주며 ‘아, 미국의 역사는 이랬구나’ 에서 생각을 끝내라고 말하지 않는다. 이를 더 넓게 적용해보라는 관점을 제시해준다. 간단하게 이를 한국에 적용해보자. 현재 우리나라는 영어라고 하면 무조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미국 유학이 스펙이 되고, 토익 점수가 많은 입시와 입사의 기준이 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문화는 아무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며 유행으로까지 번져간다. 이러한 서양에 대한 맹목적인 우상화가 뿌리 박힌 우리나라가 미국의 정치와 역사까지 닮아가려 한다면, 미국이 했던 실수와 겪었던 어려움을 그냥 그대로 답습해가고 있다면 우리나라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더 나아가 지금 우리도 과거의 ‘나’처럼 옛날에 했던 실수들을 반복하고 있지는 않은 지 그저 먹고, 자는 생활에만 안주하고 있지는 않은 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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