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혜정

일명 털 후리스의 꼿꼿한 털이 납작해질 때까지 죽어라. 누워있는 걸 좋아하는 일명 집순이. 의지박약에 다짐만 하길 좋아하는 무기력하면서도 세상 어디에 있을 법한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이불 밖으로 나가는 이야기를 의식의 흐름으로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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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 탈출

집을 사랑하는 내가 이렇게 급작스러운 혼자 여행을 가게 된 계기. 단순하다. 인스타그램의 많은 사람이 여행을 즐기는 모습과는 반대로 침대 속에서 휴대폰을 붙잡고 킬킬거리기에 바쁜 스스로 모습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꼈달까? 그런 상대적 박탈감은 나에게 열등감을 심어줬고, 오버하자면 열등감으로 치부해도 될 것 같다. 뭐 어쨌든 그런 심적인 요소는 나를 혼자 여행이라는 길로 밀어붙였다. 왜 하필 혼자 여행인가? 물론 친구들과 가는 여행도 즐겁겠지만, 혼자 가는 여행 속에서 숨은 매력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과 묘하게 ‘으른’이 된 것 같은 자아도취에 빠지고 싶어서이다.

두뇌 계획

그렇게 1차 다짐과 함께 첫 목표는 사실 서울 가기였다. 대구 토박이의 서울 여행. 벌써 무섭다. 지방에서 콕 박혀있던 사람이 서울로 올라가기란…. 비유하자면 갓 태어난 아기가 지도 보며 사람 많은 곳을 거니는 것과 다름없다. 나에게 서울은 그런 곳이었다. 그래서 바다도 있는 부산으로 가기로 했다. 여기서 문제인데, 앞에서도 봤겠지만 나는 평범+게으름이 합쳐진 사람. 여행 하루 전 지금까지도 그렇다 할 만한 여행 계획은 전부 내 두뇌에 자리 잡고 있다. 무계획은 내가 여행하며 얼마나 걷는지와 비례한다. 이런 게 또 여행의 묘미 아니겠냐며 스스로 위안한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순간에도 부산 가는 버스표를 취소 안 하는 내가 대견하다. 날짜가 다가올수록 부담스럽고, 걱정돼서 취소하기에 십상이었는데, 지금도 사실 표를 취소하고 싶다. 혼자 여행이란 걸음마만 떼면 되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다.

차표 확인

차표 확인은 타기 10분 전까지 의심하고 의심해야 한다. 차표에 찍혀있는 날짜가 혹시 9일이 아닌지, 내가 서 있는 이 공간의 시간이 11시가 맞는지 그런 다양한 변수들 말이다. 혼자 여행을 가면 홀로 그 불안감을 다 떠맡아야 한다. 난 그 긴장감과 불안감이 싫다. 그리고 이렇게 차표를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데 그럴만한 계기가 있었다. 다른 지역 친구와 서울에서 만나기로 해서 차표를 끊고 동대구역으로 갔는데, 멍청하게 표를 예매하는 당일 날짜로 예매해버렸다. 그 당시 나를 얼마나 자책했던가…. 내 25,200원. 치킨 두 마리와 떠나간 버스를 맞바꾸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은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기에 차표를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

짐 싸기

짐 싸기는 항상 어렵다. 당일치기 여행을 얼마나 알차게 다니냐는 짐의 양과 상관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한다. 짐이 많을수록 쉬고 싶은 욕망이 차오르기 때문이다. 짐을 적게 들고 가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 몰라 챙긴 물티슈가 도움이 되고, 혹시 몰라 챙긴 양말, 양치 도구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굳은 믿음. ‘혹시 몰라 챙기교’ 신자라면 알 것이다. 심지어 나는 지금 작년에 사두고 쓰지 않은 DSLR을 챙기면 멋진 그림들을 담아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버렸다. 정말 위험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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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니며.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 발을 옮겼고, 길거리를 거닐 때 많은 사람 틈에서 나는 특출 날 것 하나 없었다. 모두가 감탄하는 바다에 나도 함께 감탄했다. 모두가 가는 관광지에 갔고, 흔한 것들을 구경했다. 하지만 평범한 사람들 사이에 나는 삶에서 조금은 특별할지 모르는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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