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23일, 인천으로 가기 위해 기차에 탔다.
블라디보스토크에 가는 항공권은 저가항공에서 이맘때쯤 저렴하게 제공된다.
학기 중에 해외여행을 가는 것은 처음이라 추석 연휴 표를 끊어두고는 기대할 새 없이 빠르게 다가왔고,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하지 못했다.
유튜브와 블로그에는 글이 너무 넘쳐나기 때문에 블라디보스토크에 간다면 책을 추천한다.
알아보던 도중 우리의 생각보다 작은 도시라는 것을 알고 더 준비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도착하고 나서까지 색다른 느낌은 많이 들지 않았다. 삭막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들어서자 한국인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고, 유심을 사려 줄을 설 때도 모두 한국인이라 어떻게 숙소까지 갈 건지 모르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뿐만 아니라 한국어 표지판이 여기저기 많아서 어려운 러시아어를 몰라도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투박한 인상이 들었던 도시와의 모습과는 달리 그곳의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친절했다.
택시를 타고 숙소로 가는 도중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은 아버지는 능숙하지 않은 영어로 기사님과 이야기와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너무 따뜻했다.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고마운 사람이라 더 기분 좋은 여행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이윤지


항공권과 숙소예약, 생활하고 선물을 구매하는 것 모두 합해서 50만 원이 조금 넘는 경비가 들어갔다. 부족할지 몰라 환전을 위한 120유로를 더 챙겨갔으나, 뜻밖에 돈이 남았다.숙소에 도착한 우리는 이국적인 거리를 지나 맛있는 피자를 먹었고, 우리나라보다 저렴할 거라고 예상했던 물가보다 비싸서 놀랐지만, 환율계산기를 켜고 두드려보니 유로나 달러랑 비교해서 그런 오해가 생긴 것이었다.

ⓒ이윤지

도시가 작은 편이라 대부분은 걸어 다녔고 외곽에 있는 루스키섬, 가장 유명한 독수리 전망대에 갈 때만 택시를 이용했다. 단 한 분의 기사님도 포악하고 외국인이라서 바가지를 씌운다거나, 인종차별을 하지 않았다. 가장 놀라웠던 부분이었다.

다음날 환전을 하기 위해 은행을 찾는데, 죄다 러시아어로 적혀있어서 찾기가 어려웠다. 시민에게 길을 묻자, 1km 정도 거리쯤 되는 것 같은데 가던 방향과 반대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를 데려다주셨다. 뭐라도 사드리고 싶었으나 환전 전이기 때문에 드릴 수 없어 아직 마음이 쓰인다.
이 놀라운 경험은 우리 아빠도 했다고 한다. 웃으며 친절하게 모르는 곳이 있으면 모두 데려다주셨다고 한다. 이곳 사람들은 역시 따뜻한 사람인 것 같다.

다음날 캣콜링이 조금 있긴 했지만, 주변을 크게 안 둘러보고 남자와 눈을 마주치지 않으면 문제 될 것은 없다. 적어도 친구가 프랑스에 갔을 때 라따뚜이 인형을 사러가기위해 인종차별을 당해 후미진 골목으로 안내된 것과는 비교할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블라디보스토크는 해산물과 꿀이 유명하다고 한다. 그 중 랍스터와 곰새우가 유명한데, 그 중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먹었다. 유명한 식당은 예약을 해야 입장이 가능하며, 예약을 하지 않고 왔다면 들여보내주지 않는 레스토랑도 있다.
놀라운 식당 문화가 한 가지 더 있었는데, 입구에 들어가면 외투를 벗는 것이 예의라고 한다. 외투를 벗어 점원에게 건내고 해당 테이블 번호나, 진동벨 같이 생긴 것을 받아 나갈 때 점원에게 주면 외투를 다시 돌려주는 방식이다. 처음엔 몰라서 왜 벗고 들어가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지만, 모든 식당에서 다 그렇게 한 걸 보고 알게 되었다. 여행 전에는 해당 지역의 문화를 공부해가는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게 필요하다고 느꼈다.
랍스터만 먹고 곰새우는 먹어보지 못해서 다음번에 방문했을 때는 곰새우를 꼭 먹어보고 싶다.
꿀은 면세점에서 4유로를 주고 샀지만, 서울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다가 깨서 아무도 주지 못했다.
큰 상실감에 깨진 꿀 병 사이에 손가락을 집어넣어 한 입 맛봤는데 정말 맛있었다.

ⓒ이윤지

여행을 갔을 때, 나는 주로 얼굴은 기억을 못하지만 사람들의 미소와 친절함, 따뜻함과 같은 인상이 가장 남는 편이다.
오기 전에 시베리아횡단열차를 타고 모스크바까지 가는 여행 책도 봤는데, 다음 번에 또 오고싶은 도시라서 아마 빠른 시일 내 방문할 것 같다.

그리고 하나 더 느낀 바가 있다면, 학기중 해외여행은 두 번은 없을 것이다. 무조건 방학 중에 다녀올 것을 나 자신에게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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