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박 4일 제주 여행기

나에게는 7년을 알아온 친구가 한 명 있다. 함께 알고 지낸 햇수가 무색하게 둘이서 한 번도 여행을 가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우리는 무작정 여행 계획을 짰다. 날짜도, 비행기 표도, 숙박도, 갈 곳도 전부 3시간 안에 정해졌다. 그렇게 즉흥적으로 시작된 여행이었다.

 

▲ ⓒ손민경

둘다 서울에 살아서 우리는 김포공항에서 만났다.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여행이었지만 그만큼 설렘도 컸다. 처음으로 친구와 둘이서 하는 여행이라는 이름표가 그랬다. 출발 전 우리는 김포공항 내 식당에서 가볍게 배를 채웠다. 비행시간 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가 남아있었고 우리는 그동안 얘기도 하고, 사진도 찍으며 시간을 보냈다.

 

▲ ⓒ손민경

우리가 제주공항까지 타고 간 비행기는 아시아나였다. 비행기 사진이 찍고 싶다는 친구를 위해 창가 좌석을 양보하고 바로 이어폰을 꺼냈다. 그날의 하늘은 맑고도 깨끗했다. 구름 한 점 없는 날씨는 아니었지만 드문드문 있는 구름들이 솜사탕처럼 우리 마음을 달게 녹였다.

 

▲ ⓒ손민경

오후 늦게 출발했기에 우리가 도착하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공항 앞쪽에 있는 야자수들이 우리를 반기고 있었고, 들뜬 마음때문에 해가 저문 건 상관없었다. 이때부터 우리의 난항은 시작되었다. 복잡한 제주도 버스들 사이에서 대체 우리가 갈 숙소로 가는 버스는 어디서 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똑같은 자리만 세네 번 정도 빙빙 돌다가 겨우겨우 버스를 탈 수 있었다. 생일만 지났어도 차를 렌트했을 텐데 아쉬웠다. 그래도 겨우겨우 탄 버스여서 그런지 여행에서 기억이 오래 남는다. 생각해보면 그때야 조금 짜증나고 힘들었지 지금 생각했을 때 너무 재미있었다.

숙소는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3-5분 정도 걸어야 했는데 그게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다. 시끌벅적하지도 않았고 조용한 밤거리를 핸드폰으로 조용한 노래를 틀고 걷는데 그 분위기와 날씨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숙소에서 도착해서는 짐을 풀고 그대로 누워버렸다. 친구나 나나 둘 다 숙소를 엄청 중요시하는 타입은 아니라 그게 또 편했다. 짐을 다 풀고 우리는 여행의 시작을 알리며 광란의 음식 파티를 벌였다. 그 음식들은 3일동안 똑같이 내내 시켜먹게 된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가서 해산물이나 먹을걸 싶지만 그것도 나름대로 좋았으니 패스!

이렇게 여행의 첫날밤이 깊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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