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목소리>

어렵다. 어려운 영화다.
‘위안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위안부, 페미니스트 관련 영화들을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결여되었던 내 마음속 공간이 조금씩 채워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어려운 이야기임에도 글을 써보려고 한다.

변영주 감독님의 <낮은 목소리>는 1995년부터 1999년까지 3편에 거쳐 완성된다. 준비 기간은 7년. 감히 내가 상상하기 힘든 경험과 지식이 고스란히 영화에 녹아 있어서, 최근에는 사용하지 않는 어색한 화면비임에도 무척이나 몰입해서 영화를 봤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2편과 3편만을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 기회를 얻을 수 있어서 너무 감사했다.

▲ ©네이버영화

각기 다른 사연으로 같은 상처를 품고 지낸 할머님들의 이야기는, 포장되지 않아 무척 진솔했다
할머님들은 닭장에서 닭의 똥을 치우며 구수하게 욕을 하기도, 서로에게 주사를 놓아주기도 한다.
너무 유쾌해서, 객석에서는 웃음이 이어졌는데, 그래서 비극이 더 비극적으로 다가왔다.

‘눈 감지 마라!’
할머님께 소리쳤음에도, 폐암이신 강덕경 할머님이, 하늘의 별이 되셨다.
“이 영화 나중에 다 볼 수 있도록 내가 저 세상에 가서라도 기도할 거고, 그래 가지고 좀 많이 시청자들이 생겨서 좀 우리 도와주기를 제일로 내가 간절히 바라요”(실제 대사 인용)
먹먹하다. 죄스럽다. 마음이 울컥하다가 다스리게 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다가 다시 진정하게 된다.

할머님들은 고독과 외로움 속에, 시궁창처럼 사셨다.
배우고 살았다면 뭐가 됐을지 누가 아느냐며, 할머님들의 가슴에 맺힌 한을 변영주 감독님을 포함한 스태프들에게 폭로한다고 하셨다.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군인이 되어서 이 나라를 잘 지키고 싶다. 빼앗긴 게 원통해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어떤 마음으로 영화를 봐야 할지, 그리고 앞으로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아가야 할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대부분 할머님은 결혼식을 하고 ‘애’를 낳고 싶다고 하셨는데, 마음이 아렸다.
난, 얼마나 무지하며, 어디까지 무지한 걸까.

▲ ©김나윤

CT(시네 토크, Cine Talk)시간이 무척 길었다.
근데, 최근에 들었던 강의 혹은 발표 중 가장 인상에 남는다.
감독님의 진심을 엿볼 수 있었고, 무엇보다 ‘본인이 원하는 분야’의 사람이 되려면 적어도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겠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정말 많은 이야기를 해 주셨다. 구구절절 쓰지 않더라도, 내 가슴이 잊지 않을 것 같다.
절실히, 느꼈던 그 진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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