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도 배추가 자라나>

의외로 사람들은 책의 겉표지만으로 책을 선택하고, 사곤 한다.
나 역시 비슷한 맥락으로 영화 ‘제목’만으로 영화의 기대감이 좌우되기도 한다.

▲ ©네이버영화

한 해의 마지막 날에, 삼 남매가 함께 김장하게 된다.
첫째 지혜와 둘째 지훈, 막내 지윤까지.
아프리카 부르키나파소에 계신 어머니의 부재로 옹기종기 모여서 흔한 남매들처럼 투닥거리며 김장을 하는 모습이 그냥, 뭐랄까. 예뻤다.
그들은 여러 상황을 겪으며 김치통을 하나씩 들고 헤어지는데, 그 장면이 뭔가 애잔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뭔가, 세 남매 모두, 새롭게 출발하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 ©네이버영화

영화 중간에는 부르키나파소에서 온 택배에 아프리카 원주민의 옷을 입고 미친 듯이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오는데, 뚫어 뻥 같은 장면들이 이어진다.
바라만 봐도 즐겁고, 흐뭇한 미소가 나오게 하는 세 명의 모습이, 간직하고 싶게 이어졌다. 그래서인지 셋의 헤어짐이 아쉬웠고, 그 때문에 자연히 세 명 각자가 스스로 삶을 잘 헤쳐나가도록 응원을 보냈다.

사실 이나연 감독님의 <못, 함께하는> 영화를 보면서 감독님 특유의 가족영화의 따뜻함을 매력 있게 느꼈기 때문에, 이번 작품 역시 기대하면서 봤다.
GV(관객과의 대화)시간에 감독님께서는 이 영화를 통해 ‘가족의 끝과 시작’을 말하고 싶었다고 하셨다.
엔딩부분에서도 첫째 지현이 후련하게 짐을 정리하는 것을 애초에 구상하셨는데, 그게 거짓말일 것만 같아서. 오히려 막막할 것 같아서 답답한 결말을 선택했다고 하셨다.
또, 삼 남매 고양이를 키우시는데, 알레르기가 있으셔서 당시 파양을 할 위기였으며 이런 분위기 역시 영화에 반영하셨다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는 아프리카에서 배추를 먹고 있을까?’라는 대사에 담긴 의미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떨어져 살아도, 사랑을 담을 수 있을까?”
이나연 감독님의 영화를 보고 나면, 그날은 꼭 부모님을 찾게 되는 건, 우연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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