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최근 본 영화 중 가장 애절하다.
어두운 느낌의 영화가 아님에도 먹먹하고, 절경을 바라보며 노래하는데도 그 노래가 너무나 구슬프다.

▲ ©다음영화

이른 새벽 시간에 김복주 씨는 한복을 입고 북한산 산행에 오른다.
처음엔 왜 그녀가 산을 오르는지 나오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어릴 적 이야기부터 얼마 전 겪은 일들을 들려준다. 산을 오르며 헉헉대는 소리와 함께, 어릴 적 어머니 아버지 이야기, 한국에 와서 어떻게 살았는지, 그 이야기를 솔직하고 담백하게 얘기한다.
카메라는 오로지 김복주 씨의 뒷모습만을 보여준다. 측면이 아주 살짝 나오긴 하지만, 정면을 ‘절대’ 보여주지 않는다. 또한, 나는 김복주 씨의 그 뒷모습을 보며, 뒷모습이 손에 닿을 듯 말 듯하다는 느낌을 계속해서 받았다.
마치 내가 어려서부터 느낀 ‘통일’의 가능성처럼.

GV(관객과의 대화)에서 감독님은 김복주 씨를 따라 직접 촬영을 하시며 북한산을 오르셨다고 했다. 그래서 함께 상영한 <형제봉 가는 길>보다 화면의 흔들림도 심하다고 하셨다.
<형제봉 가는 길>역시 비슷한 느낌으로 영화가 진행되는데, 왜인지 나는 <북한산>에 마음이 더 갔다. 아마 영화 하이라이트인 정상에서의 김복주 씨의 노래 때문일 것이다.

▲ ©네이버영화

“임진강 흐름아 원한 싣고 흐르느냐”
특유의 카랑카랑하고 밝지만, 누구보다 애절한 목소리로 한 소절, 한 소절 진정성을 담아 관객에게 전달한다. ‘임진강’ 노래의 가사가 애절하기도 하고, 김복주 씨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산을 올라 그녀의 진심에 한 발짝 다가섰기 때문에, 관객들은 그녀의 노래에 모두 몰입했다.

이 영화는 통일하자며 울부짖지 않는다.
그런데도 알 수 있다. 왜 통일을 해야 하는지.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알 수 있다.
김복주 씨는 한국으로 온 지 8년이 되셨다고 한다. 처음 한국에 와서 ‘10년 안에 통일이 될 거다.’ 라고 생각하셨다고 한다. 2년, 그녀의 불안한 기대감이 희망으로 바뀔 수 있을까.
영화를 보고 김복주 씨를 보며, 그동안 잃어버렸는지조차 몰랐던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전달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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