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3 Poem of the lost>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 어렵다. 하지만 알아야 한다.’였다.
이 영화는 위안부에 대해 다룬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방향과 비슷한 듯 약간 다르다.
이 영화가 태국에서의 위안부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 ©네이버영화

잊어버린 것들의 시
제목부터 안타깝고, 먹먹하다.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으며 ‘여자 정신대’ 혹은 ‘삐-‘로 불리는 ‘조오센징’
여기까지는 우리가 조금씩 들어보고, 알고 있는 내용과 겹친다.

▲ ©중앙일보

영화에서 할머님의 먹먹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중 몇 가지, 나의 마음에 깊게 박힌 문장들이 있다.
“나는 살아야 했다. 어머니 아버지를 뵙기 위해서 나는 살아야만 했다.”
살아야’만’했던, 청춘의 나이를 생존본능을 가지고 어떻게든 살아야’만’했던 할머님은, 과연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나이를 보내신 것인지 감히 상상이 되지 않았다.

“나는 24세 자유인이 되었다.
내 인생의 2/3를 여기서 보냈다. 그동안 한국말은 잊어버렸다.”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 할머님께서 자유인이 되신 나이는, 지금의 나보다 고작 한 살이 많았다.

영화 이후 GV(관객과의 대화)시간에 권아람 감독님은, 돌아오지 못하고 그곳에서, 태국에서 지내시는 할머님은 화교 남성의 일원으로 사시는, 우리가 생각하는 위안부 서사 외에도 할머님들의 개인마다 다른 스토리가 있을 텐데, 이 영화는 그중 하나일 것이라고 하셨다.

또, 중국, 필리핀의 경우 관련된 연구가 있지만, 태국은 문서들이 발견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연구가 진행된 것이 없어서 감독님께서 직접 찾으셨는데, 그 문서가 정말 금방 바스라 질 것 같은 형태로 남아있어서 기억에 남는다고 하셨다.

GV(관객과의 대화)가 끝나고, 영화에 대해 곱씹어보며 굉장히 부끄러웠다.
태국에 계신 위안부 할머니가 계실 것이라고 생각을 전혀 못 해봤고, 그런데도 나는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이 정말 부끄러웠다.
한창 꿈도, 미래도, 그 외 여러 가지 것들을 생각하며 살아갈 20대 초반, 누군가는 당연하다는 듯 누리고 살아가는 ‘오늘’이, 누군가에겐 무엇보다 간절한 ‘내일’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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