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려고 날짜를 보니, 벌써 12월이다.

한 수업에서 교수님이 ‘그동안 계획한 것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제야 조금 생각을 해본다.

나는 늦지만 항상 목표를 잡으면 그것에 가깝게 가려고 노력해왔다. 내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해서 자신에게 실망을 반복하다 보니 실패자라고 느낄 뿐, 목표를 세우면 조금이라도 변화한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제 친구랑 이야기하면서 나 자신이 성장함을 많이 느꼈다. 그것이 '거만함' 일까?아니, 이제는 나도 모르게 나를 믿게 된 것이다. 또한 남한테 미움을 받아도 괜찮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돌아본 나는 힘든 것은 포기할 줄 알고, 내가 못하는 것을 인정하고 하나하나 차근차근히 행동하고 있었다. 늘 조바심 때문에 내가 바뀌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을 뿐.

 

나는 성장하고 있다. 한자리에 머무르지 않고. 또한 뚜렷해지고 있다. 내 장점이 무엇인지, 내 단점이 무엇인지 이제는 잘 알고 그것을 현명하게 대처하려 노력하고 있다.

나는 어중간하게 착한 사람이다. 그렇기에 나는 사람들의 호감을 사기 쉽고, 먼저 다가가며 챙겨준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싫어하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미워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미움이란 감정을 숨기기 위해 '아니다, 저 사람을 나쁘지 않았다'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저 내가 잘못했다'로 생각하게 되어 그 미움이 나에게로 향한다. 그것으로 나 스스로 삭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이 더 커지면서 내가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그 사람에게 호의적이고, 친해지게 되면 불안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그만큼 착한 척을 하고 살고, 위선자이며 찌질하다는 것을.

 

▲ 성다희 단편영화 '하오츠'의 주연배우들과 스텝들의 단체사진

 

하지만 단편 영화 '하오츠'를 만들면서 나는 그 찌질함이 나의 또 다른 장점이라 생각하게 되었다. 사람을 미워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다. 그냥 그 사람은 나에게 나쁜 사람이 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인정하고 넘어가면 된다. 물론 그 사람이 나에게 나쁜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에서 나도 잘못한 부분이 있겠지만, 모든 일이 일어날 때, 항상 내 잘못을 되뇌고 반성해야 하는 의무감은 없다.

 

나는 감성적이다. 그렇기에 공감을 잘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감정을 주체를 못 한다. 아마 내 감정이 공감받지 못할 때, 답답함이 스스로 풀리지 않을 때, 나는 항상 혼자 화를 내고 울었지만, 남자친구가 생기고부터는 남자친구에게만 감정을 풀었다. 목석같이 위로나 공감 없이 듣고만 있었기에 나는 그 감정을 남자친구가 함께 느끼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그 사람이 나의 슬픔과 분노를 모두 함께 느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냥 나는 늘 그랬듯 울고 난 뒤 잊어버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은 남자친구 덕분에 슬픔을 털어버릴 수 있었던 것이다. 한없이 감성적이지 않아야 한다는 것, 그 슬픔을 스스로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남자친구로부터 배웠다.

 

▲ 출처-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포토갤러리

 

올해 초 개강컨퍼런스를 하면서 1학년에게 재학생 특강을 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때, 나는 친구들에게 '다재다능 형 인간'에 대해서 설명했었다.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은 이것저것 많이 배운다. 하지만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없어서 직업으로 무엇을 골라야 할지 많이 고민한다고 한다. 그런 사람은 꿈이 직업이 될 수 없다. 내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하고 방향성을 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방향을 바탕으로 지도를 그려야 한다. 나는 연기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 3년이란 시간이 버려진 시간이 아니라 생각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올해 대구사이버대학 근로를 하면서 스스로 기획하고 연기하고 편집하는 콘텐츠를 만들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연출을 맡은 ‘하오츠’ 촬영에서도 배우와의 소통이 잘 되었던 편이라 생각한다. 물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이번만큼은 스스로 잘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제대로 자지 못하고, 운동도 못 하고 밥도 잘 챙겨 먹지 못해서 11월의 마지막을 링거를 맞으며 끝을 냈다. 2개월, 3개월 동안 무겁기만 했던 몸이 가벼워지자 새로 태어난 기분이었다. 서점에도 가고, 빵과 커피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것이 아직 끝내지 못한 일들이 있기에 아주 마음이 편지하지는 않았지만, 나에게는 꼭 필요했던 휴식이었다.

 

‘그동안 계획한 것을 잘 수행하고 있는가?'라는 교수님의 질문에 답을 해보자면, 2018년에는 꾸준한 운동과 식습관을 목표로 했지만,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일을 많이 만들지 않는 것이 나의 다짐이었지만, 그것 역시 실패로 몇몇 일은 멈춰 있거나, 잔여물로 남아 있다. 영어 공부를 해보자는 욕심은 그저 욕심이었고, 영상애니메이션학과를 복수전공 하겠다던 포부는 이미 저 하늘로 훨훨 날아가고 있다.

 

▲ 성다희 - 한동안은 열심히 식단을 챙겨 먹었다

 

엉망인 계획 중에서도 그래도 5개월 정도는 아침에 수영을 나갔고, 그래도 3개월 정도는 식습관을 위해 아침마다 그린 스무디를 만들어 마셨다. 또한 일을 벌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세상은 얼마나 치열한 것인지를 어렴풋이 느끼게 되었다. 마무리 짓지 못했던 일은 책임을 져야 할 문제이며, 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나의 눈과 손과, 입을 조심해야겠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나 자신의 욕심이 나의 몸과 주면 사람과 정신 전강에 피해를 준다는 것을 마음에 새기게 되었고, 영상애니메이션학과의 수업으로 나는 영상의 세계에 대해 더 폭넓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오랜만의 충분한 수면 후에 일찍 일어나 일을 마무리 짓겠다는 포부로 노트북을 열고 10분만 글을 쓰자고 한 것이 한 시간이 넘었다. 오글거리지만 나 자신을 위해 글을 적는 다는 것이 이렇게 좋은 시간이 될지 몰랐다. 앞으로 종종 이런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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