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나머지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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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하게 초, 중, 고등학교를 나온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싫어할 만한 단어 ‘나머지 공부’.
나 역시도 어렸을 때는 나머지 공부라는 단어만으로 인상이 찌푸려지고 싫었다.
제목부터 남다른 아우라에 흥미를 갖고 영화를 보기 시작했던 것 같다.
영화 속 10살 꼬마 환웅은 나머지 공부가 하기 싫어 커닝을 시도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모습은 우리도 늘 겪는 갈등이다. 과제를 쉽게 하고 싶고, 시험을 쉽게 치고 싶고, 좀 더 편하게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갈등을 겪게 하는 작은 유혹들 사이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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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재촉하며 큰소리는 내는 선생의 모습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윽박지르는 상황에서 아이가 겪을 불안감과 두려움이 결국 유혹에서 지게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오히려 이유를 묻거나 아이가 그것이 잘못된 행동임을 제대로 설득할 생각을 선생은 전혀 하지 않았다. 이것이 너무 현실과 닮아서, 짧은 단편임에도 더욱 몰입하며 영화를 감상했다.
우리 사회 역시 잘한 것보다 못한 것을 들추어 지적하고, 강조한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스스로와의 유혹에서 지는 것은 아닐까.

선생은 기어코 환웅의 어머니를 불러 아이의 문제에 관해 이야기했다.
환웅이 너무 풀이 죽어 있어서 나는, ‘뻔하지. 아이의 부모도 윽박지를 거야. 왜 그랬냐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 생각과는 많이 달랐다. 아이의 부모는 선생을 어이없어하며 그 학원에 다니지 말라고 했다. 최악의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가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왜?’였다. 대체 왜?

잠깐의 기대가 컸던 탓일까. 내가 부모에게 건 믿음과 희망이 컸던 탓일까.
환웅은 그만둔 수학학원에서 나와 엄마의 차를 타고 다음 행선지인 ‘영어학원’으로 향했다. 그리고 뭐라고 말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원어민의 수업을 듣는다.

2018 서울독립영화제 첫날, 기술팀 자원활동가로서 4편의 단편과 3편의 장편을 봤다.
그리고 첫날 본 영화 중 단편 하나와 장편 하나에 대한 글을 썼다.
선택의 기준은 특별하지 않았다.
‘현실과 맞닿아 있는 영화’가 내가 선택한 기준이었다.
물론 모든 영화의 감독님들이 존경스러웠고, 배우분들의 연기가 뛰어났고, 스토리와 연출이 가진 힘이 분명히 보였다. 그 가운데 내가 더욱 끌린 영화들에는 비슷한 이유가 붙었다.

환웅이 겪었던 잠깐의 유혹이, 우리 인생에서 수없이 많으리라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유혹에서 이겨내며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위안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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