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릴레이 시나리오

ⓒ 세계일보

‘낮엔 파란 하늘, 별이 보이는 밤. 기분 좋은 날, 오랜만에 모일까?’

 

시끄러운 지하철 속.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다른 생각을 하다가 잠깐 이어폰 속으로 나오는 노래에 집중해본다. 갑자기 문득 내 친구들은 뭐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휴대폰 속에 있는 친구들에게 연락을 해본다.

 

‘ 지훈이 뭐해 ? ’

 

빠르게 1이 사라져 갔지만 답은 오지 않았다.

 

‘ 소영이 뭐해? ’

 

지훈이처럼 소영이 또한 빠르게 1이 없어졌지만 소영이의 답은 차가운 지하철 바닥을 보게 만들었다.

 

‘공부’

 

그렇다. 나는 취준생, 취업 준비생, 내가 타고 있는 이 지하철도 고시공부 학원에서 집에 가는 길이다.

 

‘ 이번 역은 동대구역입니다. ’

 

문이 열렸고 또각또각 발소리가 들렸고 나는 뭔가에 홀린 듯 쳐다보았다. 구두소리만 듣고. 내 예상처럼 그녀는 구두와 사원증을 목에 걸고 지하철을 탔다. 내 나이도 스물여덟, 이 나이엔 카드지갑이 아니라 사원증이 걸려야하는데 ,, 내 목에 걸려있는 카드지갑이 초라해보였다.

 

노래가 바뀌었고, 내 플레이리스트에는 ‘흰수염고래’가 나오고 있었다.

 

‘작은 연못에서 시작된 길, 바다로 바다로 갈 수 있음 좋겠네’

 

난 그저 연못에 작은 물고기 같았고, 내 앞에 서 있는, 사원증을 건 그녀는 바다의 고래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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