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채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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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인규와 매일 하루를 함께하는 엄마 애순은 뇌졸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다. 홀로 남을 인규를 걱정하며 시설을 찾아보지만 적당한 곳을 찾지 못하고 결국 인규 혼자 살 수 있게끔 교육한다. 처음은 적응을 못해 힘들었지만 점차 나아지는 인규, 하지만 그녀의 몸 상태는 점점 악화돼 결국 쓰러진다. 애순은 인규에게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알린다. 인규는 엄마의 죽음을 부정하지만 끝내 죽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마지막 시간을 보낸다.

 


<채비>는 장애인을 소재로 한 영화지만 장애인에게 보이는 편견보단 남겨진 장애인의 고난이나 문제점을 극명하게 시사한다. 애순이 자신의 죽음을 알게 된 이후 인규를 맡길 시설을 찾아보지만 좋은 시설은 대기인원이 많아 자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거절당하고, 다른 시설에선 장애인의 처우가 좋지 않아 시설에 맡기는 것을 포기한다. 애순의 인규와 한날한시에 죽고 싶다는 대사는 노모와 발달장애 아들의 다큐멘터리에 나온 말로 보호자인 자신의 부재에 대한 걱정을 잘 나타낸 말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탈시설화’를 내새웠다. 탈시설화란 시설에 갇혀 지역 사회에 참여하지 장애인들을 지역사회 안에서 비장애인들과 공평한 권리를 누리기 위한 첫걸음 중 하나이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사회 밖 떨어진 시설에서 획일화되고 집단화된 삶을 벗어나 지역사회에 참여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시설 없이 살기 좋은 나라일까?

 

ⓒ영화 채비

 

 

 

복지국가로 알려진 스웨덴은 1946년부터 미국은 1960년대 케네디 대통령 이후 탈시설화 정책을 시행했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며 시행한 탈시설화는 외국은 이미 50~60년 전인 20세기 중반부터 시행하고 있었던 것이다. 탈시설화는 단순히 시설을 줄이고 장애인을 지역 사회에 참여시키기만 하면 되는 문제일까. 정책적인 노력 뒤에는 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에 대한 의식을 개선해야 한다.

 

 

 

 

영화 속 등장인물은 인규가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편견을 보이거나 과한 친절을 표하지 않는다. 장애인도 우리와 다를 것 없는 이웃이다. 같이 일하고 학교를 다니며 친구 또는 가족이 될 수 있다. 영화 ‘채비’ 속 채비는 인규가 엄마와 헤어질 채비만 아닌 장애인이 사회로 나갈 채비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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