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식에 잠재된 죄책감

"스펠바운드: 마음을 다 빼앗긴, 넋을 잃은 " 제목은 주인공 존 발렌타인의 상태를 나타내준다. 영화감독 히치콕은 스펠 바운드를 통해 꿈속의 잠재된 무의식과 죄책감에 대해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를 장치예술가로 두어 신비롭고 몽환적인 분위기를 한층 더 올렸다. 살바도르 달리는 회화의 목적이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사이 장벽을 제거함으로써 이루어진다고 말한 바가 있다. 예술작품에 심리를 반영해 초현실성을 창조하는 것이다. 이 두 거장의 합작인 스펠바운드는 무의식에 관한 탐구를 잘 녹여내었다.

▲ ⓒAnOther Magazine

존의 '꿈'과 '하얀 배경에 그어진 선에 대한 공포'는 기억을 찾는 단서가 된다. 그 중 꿈에 나온 장면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있던 기억들에 의미부여가 되고, 그것이 해석된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꿈을 꾼 날 아침에 일어나서 내가 왜 이런 꿈을 꿨지? 하며 의문을 가질 때가 종종 있었는데 이런 독특한 꿈들도 전혀 생뚱맞게 창작되어진 것이 아니라 나에게 잠재되어 있던 기억이 해석되었던 것 인듯하다.

▲ ⓒAnOther Magazine

영화에서 콘스탄스는 어릴 적 기억 속 죄책감에 사로잡혀 사실이 아닌 현상을 착각하여 받아들이는 환자 '감스'에게 이런 말을 한다.

"당신은 아버지를 죽이지 않았어요. 그게 당신이 틀어쥐고 있는 오해에요"

이런 일들이 우리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을지 생각해보다가 갑자기 떠오르는 일이 있었다. 나는 중학교 3학년 때 망막박리로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엄마는 넉넉지 않았던 형편 탓에 과거 나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했던 것에 죄의식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이 수술로까지 연장되어 이 모든 증상을 당신 탓으로 생각하셨다. 의사가 망막박리의 원인을 알려주었음에도 엄마는 미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이처럼 엄마 역시 초반에 갖고 있던 guilty feeling이 심화되어 guilty comflex로 나타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BBC News

이 영화를 보고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자면 기억자체로 과거의 사건에 대한 확신을 갖는 것은 결국 자기마음에 달렸다는 것이다. 사람의 기억은 ‘무의식에 잠재된 죄책감’에 의해 과장되거나 창조되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해마가 작은 사람일수록 PTSD(스트레스성 외상증후군)을 잘 겪는다고 한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신체 내적요인으로 인해 죄책감에 잘 시달리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과연 그들은 어떤 특징을 가진 사람들이며, 기억에 확신을 가지려면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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