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코미디 '더 랍스터'

커플이 되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는 특별한 소재를 담은 영화 ‘더 랍스터’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영화 줄거리를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영화의 설정이 된 사회는 커플이 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호텔에 끌려가게 된다. 호텔에서 투숙하면서 커플이 돼서 다시 사회로 돌아올 수 있지만, 기간 동안 커플이 성사가 안 될 경우 동물로 바꿔버리는 가혹한 처벌이 있는 호텔, 주인공 ‘데이비드’는 호텔에 가게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 된다.

 

중간 지점이 없는 세계

호텔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완벽한 대칭을 이루고 있는 공간은 더 뺄 것도 더 더할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곳에 존재하는 사람들은 이 대칭이라는 완벽한 규칙을 그대로 따라야만 한다. 반대로 숲이라는 공간에서는 대칭을 이루지 않고 만남을 강요하지 않지만 만나서는 안 된다는 규칙은 호텔과 같이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점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이 영화가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호텔 사람들에 대해서 관계에 대한 피로감, 서로에 대한 감정은 뒷전인 채로 사회적인 형식만 우선으로 하는 가식적인 삶들이 사실은 얼마나 우스운가에 관해 이야기 한다. 그리고 숲 속 사람들을 통해서는 자유를 구하려다 또 다른 억압에 빠져 버리고 마는 극단적인 개인주의자들의 모순을 보여준다.

▲ ⓒ영화 '더 랍스터' 中 '극단적인 호텔'
▲ ⓒ영화 '더 랍스터' 中 '극단적인 숲'

 

블랙 코미디

이렇게 심오하고 풍자스러운 소재를 담은 영화임에도 장르는 코미디로 선정하였는데, 사실 더 세분화해서 나눈다면 이 영화의 장르는 블랙 코미디라고 할 수 있다. 영화는 사랑을 극단적으로 강요하거나 극단적으로 금지하는 이 두 개의 비극적인 세계를 의도적으로 어딘가 어설프고 우스꽝스럽게 그려내고 있다. 블랙 코미디의 웃음은 이러한 비극과 희극이 어우러질 때 발생하며 그것을 통해 주로 권력이나 형식 뒤에 숨어있는 인간의 초라함 낱낱이 밝히는 것이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아마도 감독은 사랑에 대한 블랙코미디 영화를 통해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하고 있는 우스운 허례허식들을 비틀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분명 우습지만,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어딘가 현실과 닮아있는 영화 속의 모습들을 통해 관객들과 소통해 보는 것 같다.

▲ ⓒ'더 랍스터' 영화 中 ' 숲 속에서 우스꽝스러운 춤'

 

아이러니한 열린 결말

주인공 ‘데이비드’는 숲에서 만난 여자와 사랑에 빠지고 같이 숲을 도망친 그들은 공통점이 많은 점 때문에 사랑할 수 있다고 착각하였고 결국 한쪽이 눈이 멀면 다른 한쪽도 눈이 멀어야 계속 사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극단적인 결론을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주인공은 어렴풋이나마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들의 공통점뿐만이 아닌 중요한 것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게 하는 공통의 감정이 그들을 사랑하게 만드는 점을 주인공은 알았을지도 모른다. 이유는 끝에 둘의 대화에서 알 수 있다. 주인공이 여자처럼 맹인이 되기 위해 도시로 향하는 와중에 “바지가 꽉 끼어서 그래” 와 같은 뜬금없는 대사를 주인공이 얘기하는데 그것은 마치 자신도 맹인이 되어야 사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을 맞추는 것이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것처럼 느껴진다는 의미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 ⓒ네이버 영화 '더 랍스터' 포스터

또한, 영화 포스터를 보면 의미심장하다. 그가 안고 있는 사람이 과연 정말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 맞는 것일까? 만약 그가 연인을 위해 자신의 눈을 멀게 했다면 그는 비록 연인이라는 관계를 유지했겠지만, 눈이 먼 랍스터라는 동물과 마찬가지가 되었을 것이다. 호텔에서 자신이 선택한 동물인 랍스터가 되기 싫어 나왔는데 이제 와서 랍스터라는 생물로 돌아간다는 것은 정말 아이러니한 선택일 것이다. 이 영화는 아이러니하고 뜬금없는 장면 연출을 시작으로 끝을 향한다. 이 영화를 볼 때 하나하나씩 분석해서 보면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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