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과 대나무숲, 그 문제점

▲ ⓒ서울대학교 대나무숲


대학교 대나무 숲 

대학생이라면 한 번쯤 들어 봤을 법한 단어, '대나무숲'

 페이스북, 트위터 등 SNS를 이용하여 학교 재학생의 제보를 익명으로 올려주는 페이지를 뜻한다. 학과, 취미, 연애, 대인관계, 취업, 학교 정책 비판 등 다양한 주제들이 화젯거리가 되고 있다. 서울대학교 대나무숲을 시작으로 고려대학교, 연세대학교 페이지가 만들어지고, 그 후 다른 대학들로 퍼져나갔다. 대나무 숲이라는 이름은 당나귀 귀 임금님의 비밀을 모자 장수가 대나무숲에 털어놓는 설화에서 유래했다.

서로의 관심사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커뮤니티의 기능을 위해 만들어진 대나무숲이지만, 익명이 보장되는 점을 이용하여 악의적으로 거짓 정보를 흘리는 경우도 빈번하다. 검증하지 않기 때문에 글만 보고 사실인지 거짓인지 힘들다. 대나무숲에서는 대상을 특정짓는 제보는 필터링하고 있지만, 일부 필터링을 하지 않는 대나무숲에서는 대상을 직접적으로 말하거나, 직접 말하지는 않지만, 모두가 알만한 힌트를 주고 특정인을 욕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대나무숲이 선동과 날조의 도구로, 특정인을 비방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어 보는 이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국민청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100일을 맞이해 신설되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을 지향하며 정치개혁, 외교, 육아/교육, 문화/예술/체육/언론, 안전/환경, 인권/성평등 등 17개의 항목으로 나누어져 있다. 청원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20만명 이상의 국민이 추천한 청원에는 정부관계자의 공식 답변을 들을 수 있다. 정부의 공식 답변은 소년법 폐지, 임신중절 폐지, 조두순 출소 반대와 주취감경 폐지, 국회의원 최저 시급, 도로교통법 개정 등 현재까지 16건의 답변을 하였다.

국민과 소통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시작한 국민청원이지만, 최근엔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국민청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SNS(카카오톡, 페이스북, 텔레그램, 트위터)를 통해 참여 가능한데, 카카오톡은 설정에서 '청와대 국민청원' 계정과 연결을 끊었다가 다시 연결하면 반복해서 청원이 가능하다. 이를 악용해 '초·중·고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라는 청원에 중복투표 의혹이 제기 되었다. 청원 마감 3일 전까지만 해도 7만 명이던 청원이 하루 만에 14만 명의 추천을 받으며 공식 답변을 듣게 되었다. 이러한 사실이 밝혀진 후, 현재는 카카오톡으로 청원에 참여하는 것은 잠정 중단되었다.

"남성에게 인공 자궁 의무 이식", "문재인 대통령 여자연예인 접근 금지" "거스 히딩크 국가대표 감독 영입" "자유한국당 해산" 등 터무니없는 청원과 함께 행정부의 능력 밖의 일을 요구하는 청원도 허다하다. 원칙 없는 청원으로 인해 다른 정상적인 청원이 묻히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민의 소통을 위해 시작한 국민청원이 '말 놀이터', '국민 한풀이장' 이 되어가고 있다.

 

소통을 위해 만들어진 대나무숲과 청와대 국민청원, 하지만 지금은 그 본질을 잃어가고 있다. 앞서 말한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청와대학교 대나무숲이라는 비아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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