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SNS를 통해 우연히 유시민의 항소이유서를 보게 되었다. 법과 관련된 글을 이렇게 집중해서 읽은 적이 있었나 생각들 정도로 정말 인상 깊게 봤었다. 그때 당시 정치인들에 대해 안 좋은 인상만 있었던 내게 유시민이라는 사람은 정말 충격과도 같았다. 당시 워낙 막 돼먹은 정치인들이 많아 그저 그런 과거를 가진 정치인이 신기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인상 깊었던 유시민 작가의 항소이유서가 TVN 프로그램 ‘알쓰신잡’을 통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르기도 했다. 나는 이렇게 최근 이슈가 된 ‘유시민 항소이유서’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TVN프로그램 '알쓰신잡'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중이던 유시민은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에 연류 되어 1년 6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여기서 서울대 프락치 사건이란 1984년 9월 가짜 대학생 4명을 프락치로 판단한 서울대학생들이 그들을 붙잡아 11일동안 폭행한 사건으로, 피해자의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각목 구타, 물고문 등을 당했다고 한다. 당시 서울대 핵심 간부였던 백태웅 학도호국단장을 비롯해 이정우·윤호중 등은 사건 이후 수배되었으며 복학생협의회 집행위원장이었던 유시민은 구속되어 1년 6개월 형을 받았다.

 

  유시민은 직접 폭행에 가담하진 않았지만 폭행사실과 감금사실을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재판과정에서 징역을 받았다. 그는 구속되었던 교도소에서 항소서를 써내려갔다. 14시간동안 모든 문장과 한자까지 외어 감옥에 누워서 첫 문장부터 마지막문장까지 총 원고지 100페이지에 달하는 항소이유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썼다 지웠다를 할 수도 없는 상황에서 그 엄청난 양의 항소이유서를 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이 항소이유서는 현재 법대에서 꼭 봐야할 항소이유서로 꼽힐 정도로 정말 명품이다.

 

  유시민 항소이유서 내용을 다 들고 오기엔 내용이 너무 길어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마지막 구절만 들고 왔다. 이 구절을 읽고 이 글을 읽는 모든 사람들이 꼭 한번 유시민 작가의 항소이유서 전문을 읽어봤으면 좋겠다.

 

@TVN프로그램 '알쓰신잡'

 

  “빛나는 미래를 생각할 때마다 가슴 설레던 열아홉 살의 소년이 7년이 지난 지금 용서받을 수 없는 폭력배처럼 비난받게 된 것은 결코 온순한 소년이 포악한 청년으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라, 이 시대가 ‘가장 온순한 인간들 중에서 가장 열렬한 투사를 만들어 내는’ 부정한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본 피고인이 지난 7년간 거쳐온 삶의 여정은 결코 특수한 예외가 아니라 이 시대의 모든 학생들이 공유하는 보편적 경험입니다. 본 피고인은 이 시대의 모든 양심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에 대한 믿음’에 비추어, 정통성도 효율성도 갖지 못한 군사 독재 정권에 저항하여 민주 제도의 회복을 요구하는 학생 운동이야말로 가위눌린 민중의 혼을 흔들어 깨우는 새벽 종소리임을 확신하는 바입니다.

 

  오늘은 군사 독재에 맞서 용감하게 투쟁한 위대한 광주 민중 항재의 횃불이 마지막으로 타올랐던 날이며, 벗이요 동지인 고 김태훈 열사가 아크로폴리스의 잿빛 계단을 순결한 피로 적신 채 꽃잎처럼 떨어져 간 바로 그날이며, 번뇌에 허덕이던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부처님께서 세상에 오신 날입니다.

 

  이 성스러운 날에 인간 해방을 위한 투쟁에 몸바치고 가신 숱한 넋들을 기리면서 작으나마 정성들여 적은 이 글이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는 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될 것을 기원해 봅니다. 모순투성이이기 때문에 더욱더 내 나라를 사랑하는 본 피고인은 횡횅하는 시대라면 언제 어디서나 타당한 격언인 네크라소프의 시구로 이 보잘 것 없는 독백을 마치고자 합니다. “슬플도 노여움도 없이 살아가는 자는 조국을 사랑하고 있지 않다.”

 

참고문헌 위키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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